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가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17일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7시께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줬다.
미사 직전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세례를 요청하자 교황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인 평신도가 교황으로부터 개인 세례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16일 교황이 집전하는 서울 광화문 시복식에 앞서 이씨에 대한 세례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시간이 필요해 하루 뒤인 17일 종로구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례식이 거행됐다.
세례식을 앞두고 잠을 설친 이씨는 오전 4시에 일어나 교황을 만날 채비를 하고 오전 7시쯤 교황청대사관에 있는 성당으로 들어섰다. 세례식에는 아들과 딸 등 가족이 동행했다.'
이씨는 자신을 기억하는 듯한 교황의 미소에 그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세례의식이 시작되자 교황은 직접 이씨의 이마에 성수를 부었고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줬다.
교황이 정해주는 세례명을 받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 이씨는 3년여 전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생각해뒀던 '안토니오', '마르첼리노'라는 세례명은 포기했다.
교황으로부터 메달과 성경책 등 선물을 받은 이씨는 교황과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후 교황과 몇 번의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야 30여분간 진행된 세례식은 끝났다.
이씨는 교황과의 만남을 "매우 황홀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 순간의 기분은 표현이 좀 어렵다"면서도 "우리말로는 '매우 황홀했다' 이렇게 말씀드려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교황과 주고받은 말들을 전부 기억해내지는 못했지만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살아달라"는 교황의 말대로 앞으로의 삶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교황님한테 이런 은혜를 입을지 사실은 꿈에도 몰랐었다. 제 청을 받아준 교황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남은 평생을 진정한 천주교인으로서 한 줌 부끄러움 없이 늘 겸손하고 남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월호 유가족 세례, 참으로 감동적이다" "세월호 유가족 세례, 가슴이 뭉클하다" "세월호 유가족 세례, 나도 세례받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