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웃기다 울리다…이런 마성의 드라마

입력 2014-08-07 09:51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이번엔 시청자들 눈물샘을 자극했다.

시종일관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던 이 드라마가 한 회 만에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뺄 줄 누가 알았나. 기억 상실증이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을 끌어와 시청자들에게 빈축을 샀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건(장혁 분)은 김미영(장나라 분)에 대한 잃었던 기억을 되찾음과 함께 그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함께 깨다게 됐다. 이로써 헐겁게 메어 있던 두 남녀의 관계는 기억상실이라는 매개로 인해 더 단단해질 모양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1회에서는 이건이 기억을 잃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건의 모든 기억은 초기화다. 마지막 기억은 이건이 강세라(왕지원 분)와 마카오 여행을 가기 전인 것. 왕세라에게 프러포즈할 반지를 사러 갔다가 미영과 부딪혔던 기억뿐인 건이 김미영을 “김 비서”라고 부르는 등 하루 침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모했다. 독특한 웃음소리나 일상생활은 여전했지만, 김미영을 향한 다정한 눈빛은 없었다.

특히, 기사를 통해 김미영과 아이 때문에 계약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내뱉는 독설‘은 보는 이들의 가슴조차 쿡쿡 찔렀다. 이건은 김미영에게 “뱃속 아이가 내 아이가 맞냐”, “내가 왜 당신 같은 여자랑 결혼을 했냐”, “당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 걸 알았으니 그거면 됐다”등의 얘기로 미영을 가슴 아프게 했다.

그러나 둘을 잇는 운명의 끈은 상상 이상으로 끈끈했다. 이건은 김미영을 쌀쌀맞게 대하면서도 마음은 김미영을 기억하고 알아서 움직였다. 휴대폰 속 ‘달팽이♡개똥이’의 당사자가 김미영인 걸 알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김미영이 준 사랑의 사탕을 보자마자 감정이 다시 파도처럼 요동치며 되살아나며 조금씩 기억의 조각을 맞췄다.

이날 압권은 모든 기억을 되찾은 이건의 오열이었다. 이건이 달팽이를 부르며 오열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었다. 이건 역을 맡은 배우 장혁은 특유의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삽시간에 드라마 분위기를 장악했다. 캐릭터 싸움이라 불리는 로코 장르에서 장혁의 입체감은 매회 빛을 발했으며 코믹과 달달함을 오가는 것은 물론, 드라마의 진중한 분위기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기존 재기발랄했던 설정대신 진부한 기억상실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으며 속전속결로, 한 회 만에 기억을 잃고 되찾으면서 극 전개가 느슨해지는 것을 또 한 번 막아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깨우친 두 사람이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감이 증폭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