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량' 이정현 "농아 연기, 혼자 터특하고 표현했죠"

입력 2014-08-05 15:23
수정 2014-08-06 15:55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 연기는 물론 화려한 무대로 중국마저 사로잡은 작은 거인 이정현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범죄소년’ 이후 2년 만에 국내 작품 ‘명량’으로 돌아온 이정현은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 최고의 배우와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저예산, 예술영화, 독특한 캐릭터 등 대중성과 거리가 먼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하던 이정현이 오랜만에 상업영화 ‘명량’에 출연했다. 비록 ‘명량’에서 분량이 많지 않지만 말 못 하는 정씨 여인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그녀는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을까.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이정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dt></dt>“다음에 영화 하나 찍읍시다”

이정현이 영화 ‘명량’에 출연하게 된 것은 2010년 영화 ‘파란만장’ 덕분이다. ‘파란만장’에서 이정현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본 김한민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친분이 있는 이정현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취한 것.

이정현은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영화 한 번 찍읍시다’라고 하시길래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어요. 그동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지켜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분량, 역할을 떠나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거. 김한민 감독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거에 바로 출연을 결심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농아 연기, 혼자 터득한 결과에요”

이정현은 영화 ‘명량’에서 말 못 하는 정씨 여인을 연기했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정현은 명량대첩의 승리를 위해 남편 임준영(진구 분)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말도 못 하고 치마를 펄럭이며 오열하는 이정현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였고, 대사 한 마디 없지만 눈빛과 호흡으로만 정씨 여인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정씨 여인, 왜군들에 의해 가족을 잃고 혀까지 잃죠. 그래서 말을 못 하게 된 건데, 그렇게 바다에 버려진 걸 보고 임준영이 데리고 와 같이 산거에요. 사실 처음에 수화를 알려주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김한민 감독이 ‘네가 원래부터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혀가 잘린 거니까 알아서 연구해’라고 하시더라고요. 듣기로는 감독님도 무섭고, 촬영장은 전쟁터 같을 텐데 잔뜩 긴장했어요. 혼자 인터넷에 올라온 수화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죠"

<dt></dt>영화 ‘명량’에는 이순신을 비롯해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이정현이 연기한 정씨 여인 역시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다. 이정현은 “정씨 여인, 처음 시나리오고보고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역사 속에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임준영도 존재하고, 정씨 여인도 있더라고요. 그 당시, 전쟁터에세 남편, 아이, 가족을 잃은 모든 분들이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참 안타까워요”

“최민식, 류승룡, 훌륭한 배우들. 영광스러워요”

우리나라에서 ‘영화와 연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최민식과 류승룡, 조진웅 등 ‘명량’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정현 역시 마찬가지다. 출연 배우 중 유일한 홍일점으로 어려움도 겪었을 그녀지만,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의 이름이 나오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였다.

“정말 좋았어요. 촬영을 따로 해서 오빠들을 응원하러 놀러갔죠. 민식 오빠는 이순신 장군 감정을 잃지 않으려 엄숙한 분위기였죠. 적막이 흐르고 있는 와중에 일본군을 연기한 진웅오빠, 승룡오빠는 만날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고 있더라고요. 혼자 촬영을 하는 날에는 오빠들이 ‘잘 하고 있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IMAGE5@“연기 활동, 음반 활동 다 열심히 해야죠”

90년대 후반, 영화로 데뷔한 이정현은 가수로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가수로서 활약한 그녀는 중국에서도 배우로서,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랜만에 대중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상업영화 ‘명량’으로 돌아온 그녀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까.

“일단 지금은 ‘명량’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역사 속 있었던 이야기니까 초등학생들도 부모님과 볼 수 있을 거 같고, 중 고등학생들이 보면 참 좋을 영화에요. 1,000만 관객이 돌파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시사회 날 제대로 보지 못해서 직접 티켓을 한 장 구입해 다시 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하반기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마무리 작업도 하고, 들어온 드라마랑 영화 검토도 하고, 음악을 그리워 할 팬들을 위해 내년 목표로 싱글 앨범도 열심히 준비해야죠”

<사진=민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