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자본시장 규제 더 풀어라

입력 2014-08-04 17:12
[이슈N] 금융투자업 '숨은 규제' 30%만 풀었다

<앵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전반의 숨은 규제를 찾아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나섰지만, 이 중 금융투자업계의 제안사항은 불과 30% 받아들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 나온 내용도 상당부분 포함돼 생색내기용 건수 늘리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위원회는 무더기 금융규제개혁안을 쏟아내며, 특히 고사 위기에 처한 금융투자업을 배려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당장 실익에 도움되는 것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 규제개혁TF가 건의한 전체과제 362개 중 금융위 개혁안에 수용된 것은 30%에 불과합니다.

이 중에서도 업권별 수용률을 살펴보면, 자산운용업의 핵심과제는 73% 가량 반영됐지만, 증권업은 고작 18%에 그쳤습니다.

NCR 제도와 헤지펀드 모범규제 폐지, 사모펀드 규제 개편 등 과감한 개선안을 받아든 자산운용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권업계의 불만이 높은 이유입니다.

업무인가 등록체계 간소화나 유지요건 완화는 분명 의미있는 개선이지만 당장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고, 해외진출 역시 아직 역량 부족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파생상품시장 규제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 차이만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개인 진입 장벽은 오히려 더 강화됐고, 여기다 은행에게 자기매매를 허용해줌으로서 파생시장의 발전적 성장보다 밥그릇 싸움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 외 대체거래소(ATS)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와 투자자예탁금의 보험료 면제, 법인 자금이체 업무 허용 등 증권사 수익성과 연관되는 규제들은 불수용 과제로 선이 그어졌습니다.

일부에선 투자자 보호에 과도한 초점이 맞춰져, 산업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도 여전하다고 꼬집습니다.

<인터뷰>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

"증권사들이 애로사항 꼽는 부분 중 하나가 방문판매법 계약철회권이다.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자산관리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가 왔는데, 상품판매를 모두 1:1 대면해 할 수 없다. 전체적 산업 트랜드에도 맞지 않아.."

또 법령상 규제 정비 만큼이나 업계를 위축시켰던 구두·행정 지도의 개선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업계는 거듭 강조합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효과로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자본시장.

이 추세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가 본격적인 성장대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든든히 뒷받침해줄 과감한 제도 개혁이 절실합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기대감 높았습니다.

상당수 규제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용률이 상당히 낮군요.

<기자>

당초 금융위원회가 금융 공기업, 협회 등을 통해 접수한 금융규제 검토 대상은 1천7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0건은 개선하기로 하고 나머지 9백여 건은 중장기 과제로 미루거나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본시장쪽에 한정해서 본다면, 452건의 숨은 규제를 풀어달라 제안했는데, 이 가운데 188건, 약 41% 가량만 완화된다.

건수로 보나, 비율로 보나 그리 적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앞서 리포트 보신대로 저희가 입수한 증권업계 자체 평가 자료를 보면 실제 제안한 360여건 가운데 금융당국이 수용한 안들은 30%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업 상장 활성화 대책이나 증권업 활성화 방안, 사모펀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이미 정책을 추진하던 과제들도 포함돼 있어 실제 수용률은 더 낮다고 봐야한다.

<앵커>

왜 이렇게 수용률이 낮은가? 증권업계가 요구한 규제완화 방안은 어떤 것들인가?

<기자>

업계 요구사항이 규제완화에 적게 반영된 건 최근 투자자보호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수익원으로 직결되는 파생상품 거래 완화나, 금융상품 판매과정의 간소화를 요구한 사항들을 제안했지만 모두 개인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나마 증권사의 외환거래 허용하고, 투자상품을 늘려준 것, 또 신용공여 한도를 풀어줬는데 증권업계에서는 실익이 적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이렇게 볼멘소릴 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증권업계는 최근 증시가 조금 살아나긴 했지만 증권업계 여전히 거래량 감소와 파생상품 시장 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규제개혁 간담회를 꺼져가는 업황을 살릴 기회라 여겼던거다.

그런데 파생상품 투자 문턱을 낮춰달라는 요구, 투자자예탁금의 예금 보험료 제외, 대체거래소 주식거래 비중 완화 등 투자자의 거래 참여를 늘릴 방안을 요구는 말그대로 의견 수렴에 그쳤다.

파생상품의 경우 지난 2010년 도이치증권 옵션사태, 2012년 주식워런트증권, ELW 초단타 매매로 증권업계 홍역 치른 뒤 규제가 강화됐다.

금융위가 최근 파생상품 시장 대책을 내놨지만 파생상품 호가 제한 완화와 코스피 200지수옵션 승수 인하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강화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라는 대명제를 벗어날 수 없다보니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앵커>

그렇다고 해도 어느정도 규제를 풀어준 건 상당히 의미가 있을텐데요.

업권별로, 회사 규모별로 온도차가 있다고요.

<기자>

조금 나눠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규제완화 대상에 포함된 항목을 따져보면 금융위가 자산운용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게 두드러진다.

건전성 규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아예 폐지하고, 자전거래 요건이나 자기운용펀드 투자제한 등을 모두 풀어줬다.

아무래도 증권업에 비해 적은 자본이라도 운용역량만 뒷받침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보니 정책적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규제완화 제안 가운데 자산운용 관련 핵심과제는 거부된 안이 하나도 없다.

현재 금융당국이 받아들인 규제완화 방안은 무엇인지 정미형 기자가 정리했다.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반긴 것은 NCR 제도 개선입니다.

그동안 영업용 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누는 NCR 규제를 자산운용업은 과감히 폐지했고, 증권사는 산정기준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드디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환경"이라며 환영했고, 증권사들의 경우 변경된 방식으로 NCR 비율이 높아지게 된 대형사들이 앞으로 사업 반경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반면, 자기자본 만큼이나 보유 위험도 작아 NCR 비율이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 위주의 정책"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증권업계 전체를 위해서는 증권사간 합종연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NCR 규제 개선은 이번 금융위 발표가 있기 전 올해 초 이미 상당부분 발표됐던 사항인 만큼, 획기적이고 새로운 개혁이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대형증권사에게 수혜를 주는 또다른 개선안은 바로 신용공여 한도 확대입니다.

이번 금융위 규제개선을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IB들은 일반 및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까지 허용됩니다.

여기에 인수금융 한도도 높아져 충분한 잉여 자본을 활용하고 수익성 개선에 힘쓸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하반기 증권사의 외화대출과 RP(환매조건부채권)거래 허용 등 외국환 업무의 범위 확대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오던 업계 요청 사항이 반영됐고, 과거 완고했던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성장지원으로 바뀐 태도 자체도 의미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경제TV 정미형입니다.

<앵커>

그럼 자본시장 살리기 위해 더 풀어야할 대책은 뭐가 있나?

<기자>

금융당국이 전향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선 것, 업계에서 환영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폭을 폐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현행 5억원에서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업계의 숨통을 틔여줄, 체감할 만한 대책으론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증권업 관련해서 법인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해준다던지, 다자간매매체결회사 즉 대체거래소의 시장점유율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 여전히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증권사가 법인자금을 이체하려면 은행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거액의 자금을 맡기는 큰 손을 빼앗기는 셈인데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규제다.

가장 수혜를 받은 자산운용업계도 지금 규제완화만으로는 금융당국이 그리는 '한국판 블랙록' 탄생이 어렵다는 평가다.

대표적인게 수수료 체계인데,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이익을 낸 만큼 더 많은 보수를 내는 성과보수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 실익이 되는 규제가 아니라 정책 나열식의 규제완화가 주를 이루면서 시장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