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6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 극장에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자리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마른장마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가족단위 관객이 유독 많았던 이날. 이들이 대부분 선택한 영화는 다름 아닌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 (주)빅스톤픽쳐스)이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연일 기록 만들기에 한창인 ‘명량’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안내데스크에는 ‘명량’을 예매하기 위한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영화 ‘명량’은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의한 재침인 정유재란 시기의 해전으로, 1957년(선조 30년) 9월 16일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단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전투를 말한다. 명량대첩 이전 조선은 파면 당한 이순신 장군 대신 삼도 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원균의 패배로 해상권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러나 누명을 벗고 복귀한 이순신 장군은 남아 있는 12척의 배로 지형적 환경과 치밀한 전술을 이용해 왜군을 무찌르고 조선의 해상권을 회복했다. 명량대첩은 거북선 없이 출전해 커다란 승리를 이끈 전쟁으로 이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최민식 주연 ‘명량’은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명),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86만 명), 최단 기간 100만 명 돌파(2일), 최단 기간 200만 명 돌파(3일),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122만 명), 최단 기간 300만 명 돌파(4일) 등 신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명량’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 특히 역사를 이야기 하는 영화의 특성상 부모와 자식의 영화관 나들이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영화관에서는 ‘명량’의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 오후 1시에 예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7시 영화를 봐야 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조조 영화부터 밤늦게 상영되는 심야영화까지 ‘명량’의 인기는 그야말로 파죽지세. 15세이상관람가로 어린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알려지면서 그 영향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영화관에서는 ‘가장 빠른 시간이 언제냐’ ‘‘명량’을 언제 볼 수 있냐’ 등의 요청이 이어졌고, 이미 매진됐다는 말에 돌아가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람 자세였다. 어린 관객들과 함께 보는 영화에는 잡음이 일어나기 일쑤. 그러나 ‘명량’을 관람하는 어린 관객들은 조용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스크린에 빠져들었고, 숨 쉬는 액션 조차 힘들어보였다. 특히 해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관객들은 한 마음으로 영화를 바라봤고, 이순신(최민식)이 왜적들을 무찌르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침묵이 가득했다. 예고편이 나올 때의 어수선함은 없었다. 팝콘이나 음료를 마시는 소리도 전혀. 이들은 이순신에게 푹 빠져 마치 그 순간을 겪는 것처럼 집중해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왜적들이 후퇴하는 순간에도 적막함은 여전했다. 명랑대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관객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이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응원했다. 마지막 신이 끝나고 ‘명량’이라는 타이틀이 한 번 더 뜨는 순간, 그제서야 관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숨가쁜 128분이었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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