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자결제 간편화'...이번에도 '3인3색'

입력 2014-07-28 17:20
금융당국이 온라인 결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결제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카드사와 지급대행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오는 8월부터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페이팔, 알리베이 등 해외결제사이트에 비해 우리나라 결제시스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입니다. 드라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 상품들이 인기를 얻어도 정작 해외에서는 구매하기가 어려운것이 현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공인인증서를 폐기하기에는 보안성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기상조라는 반응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안전성 측면에서 공인인증서를 배제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며 "다만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올 초 금융위가 30만원이상 온라인 결제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하면서 카드사들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관행적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다 보니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할 자생력을 기르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정결제가 일어나면 카드사들에게 배상책임이 있어 부담스러워 하는 건 사실이다"며 "다만 공인인증서에만 의존하다보니 해외에 비해 뒤쳐진 결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당국이 추진하는 또다른 전자결제간편화의 핵심인 원클릭결제의 핵심에는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가 있습니다. 한번의 클릭만으로 결제가 되려면 페이팔, 이니페이 등 해외PG사들처럼 고객의 카드정보를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PG사가 고객의 결제정보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매번 결제시 카드정보와 유효기간, CVC값 등을 기입해야 합니다.

PG업계에서는 카드사와 은행들이 결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한을 내놓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한 PG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보보관과 본인인증을 금융기관이 독점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공인인증서 폐지나 원클릭 결제시스템 개발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매번 거쳐야 하는 결제과정 때문에 외부변화와 문제에 대응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다른 PG사 관계자는 "PG사들이 중간 허브역할을 하면 새로운 결제매체 등장시 신속하게 도입하거나 문제가 생격을 때 솔루션을 쉽게 내놓을 수 있다"며 "결제문제가 발생해도 대응이 더디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개발되도 PG사와 개별 카드사들이 호환성 문제를 각자 해결해야 하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PG사로 정보를 이관했을 경우 보안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는 PG사와 카드사, 금융당국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상위 5개 정도의 PG사들의 제외하곤 자본금도 적고 기술력도 떨어져 보안에 취약하다"며 "해외사례처럼 발전하기에는 현재 부족한 것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카드사와 PG사들의 보안문제 해결이 전제되야 당국이 추진하는 공인인증서 폐지, 원클릭 결제등 전자상거래 간편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도 이부분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당장 8월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도록 결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시중카드사들은 아직까지 시행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 몇몇 PG사들이 가상토큰 방식으로 고객정보를 저장하는 우회적인 원클릭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아직 도입을 논의중인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