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엿보기] ‘참 좋은 시절’ 어머니는 부처가 아니라 사람이다

입력 2014-07-28 09:15


가족들은 장소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난 주 방송된 KBS2 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는 장소심(윤여정 분)의 이혼을 결사반대하고 나서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 속 장소심은 홀로 집안을 꾸려온 여인이다. 제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은 물론 집 나간 남편(강태섭 분)의 첩인 하영춘(최화정 분)까지, 심지어 그녀의 아들인 강동희(옥택연 분)까지 키워냈다.

그런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평균 이상의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장소심’이라는 이름은 남아있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지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혼을 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밤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곧장 그녀의 집으로 몰려와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며 그녀를 질타했다.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참아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자식들의 태도는 더욱 기가 찼다. 장남 강동탁(류승수 분)은 짐을 싸들고 와서는 “아직 엄마 노릇을 다 하지 못했다”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떼를 쓰기도 했고 막내 강동희는 굳은 표정으로 “엄마가 기뻐할 만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장소심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장소심은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삶을 누구보다도 잘 버텨내며 살아왔다. 가족들이 지금의 모습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장소심의 희생 덕분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 희생을 이해하기는커녕 그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장소심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은 피가 섞인 자식들도 아닌, 오랜 시간동안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가족들도 아닌 며느리 차해원(김희선 분)이었다. 차해원 역시 장소심의 이혼에 결사반대했었다. 그러나 차해원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매는 부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나아가 이 눈물은 그 동안 장소심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혹은 듣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 역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한 사람이 가장 먼저 장소심을 이해한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가족들이 장소심의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도를 넘어선 분노를 드러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이혼에 반대하던 강동석(이서진 분)조차 장소심의 뜻을 받아들여 “이혼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가족들은 언제쯤 강동석과 차해원처럼 장소심의 비명 소리를 알아채게 될까. 종영이 4회 남은 시점에서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