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엿보기]‘사랑만 할래’ 진부한 캐릭터와 갈등, 착한 드라마가 뭐 길래?

입력 2014-07-26 10:55


SBS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는 출생의 비밀,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미혼모, 혼전 임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랑만 할래’ 이번 주 주된 스토리는 집안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을 강행하는 김태양(서하준)과 최유리(임세미)였다. 아예 짐을 싸서 결혼허락을 받을 때까지 집에 갈 수 없다는 최유리에게 양양순(윤소정)은 김태양의 생모가 이영란(이응경)이란 걸 밝힌다. 최유리는 김태양과 자신의 어머니가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지 않은 캐스팅은 젊고 신선했다. 모든 캐릭터들의 삶의 애환, 희로애락을 다룬 것은 착한 드라마에 걸맞았다.

하지만 설득이 되지 않는 것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김태양과 최유리다. 최유리는 첫눈에 김태양에게 반했고, 김태양은 최유리의 밝은 모습에 반했다. 둘은 세 달 남짓한 연애 기간 동안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 말고 한 게 없다.

드라마 초반에 김태양은 잠적을 반복했고 최유리는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러던 중 김태양은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최유리의 집안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이 커플에 대한 반대가 시작됐다. 집안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둘은 결혼을 결심한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것에도 걸리는 것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성적인 판단보단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쉬운 십대였다. 김태양과 최유리의 나이는 삼십대 초반으로 등장한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나이이고, 고학력자에 엘리트로 나오는 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가출하고,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을까.



또, 김태양과 최유리를 둘러싼 집안의 반대는 이들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위해, 김태양과 최유리에게 이별을 강요하고 상대의 비밀을 폭로하고 있다. 속물적인 양양순과 강민자(서우림)의 캐릭터는 공감이 아닌 눈살이 찌푸리게 만든다.

최재민(이규한)-김샛별(남보라)과 김우주(윤종훈)-홍미래(김예원)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까.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신데렐라, 미혼모, 혼전 임신이라는 자극적이고 익숙한 소재지만 김태양-최유리 커플보단 이들의 상황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착한 드라마든 막장 드라마든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재미’다. 재미를 위해선 시청자를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출생의 비밀 중 하나를 알게 된 최유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사랑만 할래’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