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 비결 셋

입력 2014-07-22 11:58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매회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MBC 수목 미니시리즈 ‘운명처럼 널 사랑해’(주찬옥·조진국 극본 이동윤 연출 (주)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주) 제작)가 이 고정관념을 깨부순 모양새다. 대만의 인기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원작으로 한 본 드라마는 원작을 뛰어넘는 인기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 주찬옥-조진국, 상극 작가진의 절묘한 조합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는 든든한 두 기둥이 있다. ‘여자의 방’ 주찬옥과 ‘안녕, 프란체스카’ 조진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작가진이 그것이다. 주찬옥 작가는 섬세한 여성의 심리묘사를 통해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다. 반면 조진국 작가는 재기 발랄한 감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주찬옥, 조진국 작가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다른 사람들에게 당하고만 사는 착한 여자 천신이(진교은 분) 캐릭터에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더해, 착하지만 공감 백배 김미영(장나라 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반면 남자주인공인 지춘시(원경천 분)는 두 작가의 손에 거의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까칠하면서도 사랑 앞에선 지고지순한 남자 지춘시 캐릭터에 주찬옥 작가는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조진국 작가는 톡톡 튀는 대사와 코믹한 설정을 부여해 코믹함과 로맨티스트를 아우르는 역대급 남자 주인공인 이건(장혁 분)으로 재탄생시켰다.



◆ 떡방아·달팽이신, 원작에 없는 명장면 탄생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한민국 베드신 계에 두 번 다시는 없을 ‘떡방아 베드신’, 장혁의 신들린 연기와 깨알 같은 CG를 통해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달팽이 신’등 매회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던 ‘떡방아 베드신’은 원작에서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묘사됐다. 두 남녀의 베드신 사이사이로 빠른 속도로 터널을 통과하는 기차, 발사되는 미사일 등이 비춰지면서 은유적이지만 자극적으로 묘사된 이 장면이 이동윤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건과 미영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달나라에서 떡방아를 찧는 깜찍 코믹 베드신으로 새로 태어났다.

한편, ‘달팽이 신’은 원작에 없던 장면. 원작에서도 여자 주인공을 달팽이라고 지칭하기는 하지만 화면에 직접 CG로 달팽이를 형상화하고, 패닉의 ‘달팽이’를 BGM으로 사용해 감칠맛을 부여한 것은 이동윤 감독의 아이디어다. 뿐만 아니라, 이건의 강렬 첫 등장을 알린 샴푸신, 산부인과 액션신, 철이와 미애 노래자랑신 등 명장면들은 센스있는 연출력을 바탕으로 한 연출부들의 만들어낸 순도 100%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 만의 재미다.

◆ 같은 작품 맞아? 한국적 정서+LTE급 전개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할 때 가장 큰 난관이 타국의 정서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완벽한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만과 한국은 정서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드라마의 유머코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유머코드를 살리되 한국적 정서를 담은 위트 있는 대사들로 바꾸는 대대적 각색을 통해 올드한 대만 스타일 로코를 유쾌하면서 산뜻한 한국형 로코로 재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39부작에 이르는 긴 호흡을 자랑하는 원작을 20부작으로 줄인 것도 ‘운널사’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늘어지는 사이드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임신과 결혼 등 중심 사건을 핵심적으로 다룬 LTE급 전개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것. 이로인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태다. 중화권 최대 SNS 웨이보와 바이두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소후닷컴에서는 인기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라는 칭찬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2009년 원작을 처음 접한 이후, 2010년부터 약 4년에 걸쳐 리메이크를 준비했다. 리메이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대사나 에피소드를 통해 원작과 차별화를 두고 한국화시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 한국적인 캐릭터 보강에 신경을 많이 썼다. 노력의 결과인 건과 미영의 캐릭터에 시청자 분들이 많은 공감과 성원을 보내주고 계셔서 뿌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