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첫방, 굵직한 정통극과 상투적 통속극 사이

입력 2014-07-15 09:54


‘유혹’이 첫 발을 내딛었다.

2003년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던 SBS ‘천국의 계단’ 이후로 11년 만에 재회한 권상우와 최지우가 또 한 번 멜로 장르에서 만났다. 풋풋한 첫 사랑의 기억을 자극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선 굵은 어른들의 로맨스가 그려졌다.

베일을 벗은 ‘유혹’은 익숙하고 고루한 것들로 버무린 통속극과 굵직함과 묵직함으로 밀어붙인 정통극 사이에서 방황하는 듯 보였다. 멜로 장르라면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배치되며 흥미로움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나, 장르물이 판을 치고 좀 더 새로운 것을 외치는 2014년 드라마 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내뿜는 것이 사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유혹’ 첫 방송에서는 사업에 실패한 차석훈(권상우 분)-나홍주(박하선 분) 부부가 우연히 유세영(최지우 분)을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믿었던 선배로부터 배신을 당한 차석훈은 망연자실했지만 이국에 땅에서 잠깐의 일탈을 느끼며 나홍주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막막했다. 나홍주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압박감에 결국 죽을 결심까지 하게 된 것.

이를 우연히 발견한 유세영은 가까스로 나홍주를 살려냈고 차석훈의 사흘의 시간을 10억에 사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나홍주는 인간미 없는 유세영의 제안에 치를 떨었으나 차석훈은 달랐다. 차석훈이 유세영의 도발을 끝내 받아들였다. 본격적인 유혹에 막이 오른 것이다.

‘유혹’들의 대부분 설정들은 1980대에나 볼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의 고루한 설정을 그대로 답습한 듯 보인다. 타지에서의 만남, 그리고 돈으로 사람을 유혹하려는 행위 등은 작위적인 설정에 그치지 않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도 새로움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뻔한 클리셰로 점철된 통속극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유혹’은 돈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와, 뚜렷한 사각관계 속에서 불거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뚜렷한 이야기 줄기를 갖는다. 복합적인 장르를 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한 멜로 장르를 얼마만큼 선 굵게, 힘 있게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유혹’의 성패도 갈릴 것이다. 장르물이 인기를 얻은 가운데 ‘유혹’이 퇴보한 드라마가 될지, 아니면 그 중에서도 선 굵은 정통극의 힘을 발휘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