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자동차 수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체부품 성능 및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박병연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자동차 수리비로 한 해 동안 지출하는 비용은 무려 5조2천억 원.
이 중 자동차 부품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금액만 2조2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대체부품 성능 및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순정부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대체부품 사용을 확대해 자동차 수리비를 획기적으로 낮춰 보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보다 10년이나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도 대체부품 사용비율이 불과 5% 밖에 안됩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스페인 등은 대체부품 사용 비중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 된 가장 큰 이유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신차 생산에 사용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만 의장권 등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고 수리용 부품에 대하서는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차량 수리용 대체 부품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허용하다 보니 품질 좋고 값싼 부품 생산이 가능해 졌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신뢰도 얻게 된 것입니다.
자동차 수리비 경감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재활용부품, 즉 중고부품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손차량 처리센터(End-of-Life Vehicle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 세스비맵(Cesvimap)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인터뷰> 루이스 펠라요 세스비맵 이사
“재활용 부품을 사용하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고 새 제품을 쓰는 것보다 30% 정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스페인 최대 보험사인 마프레(MAPFRE)사가 설립한 자동차보험 기술연구소로, 지난 2003년 전손차량 처리센터를 건립해, 연간 3500여대의 폐차에서 중고부품을 분리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관련 법령이나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을 통해 사고시 차령에 맞는 대체부품 사용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적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노후 차량의 경우에도 사고시 새 부품으로의 교체만을 고집할 경우 전체 보험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