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로맨틱코미디도 진화한다

입력 2014-07-10 09:49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진화한 로코를 선보인다.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서로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쌓아나가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적인 틀이다. 뻔하지만 익숙한 재미를 자아내는 것이 로맨틱코미디의 묘미라지만,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전형적인 남녀사랑이 시청자들에게 쉬이 먹힐 리 없다. 이에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본격 역주행 로맨스라는 타이틀을 내걸며 출사표를 내던졌다.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시청률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지만 매회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며 더 많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쾌활하고 발랄한 로맨틱코미디의 매력을 한층 살리면서도 역주행 로맨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방송된 ‘운명처럼 널 사랑해’ 3회에서는 하룻밤 실수로 이건(장혁 분)의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 김미영(장나라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김미영은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질 각오를 하지만 결국 이건과 엮이고 만 것. 이는 두 남녀 문제를 넘은 가족 간의 문제로 발전했다. 아이의 아빠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김미영의 모친과, 이건의 후손에 혈안이 돼 있는 건의 친조모 덕분데 두 남녀의 결혼은 불보듯 뻔해 보이는 상황.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역주행로맨스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두 남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임신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타의 로맨틱코미디라면 두 남녀가 알아가는 비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겠지만,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임신이라는 큰 화두 아래 변해가는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것. 이렇듯 약간의 전환으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여타의 로맨틱코미디와의 차별화를 선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방영 이후 큰 화제를 모았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 만의 베드신 등이 사소한 차별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건과 김미영의 하룻밤 잠자리는 상상 속에서 두 사람이 떡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대체됐다. 원나잇스탠드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귀여운 상상으로 바꾸며 불편함을 줄였고, 로맨틱코미디다운 재기발랄함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소소한 포인트는 앞으로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수많은 로맨틱코미디 사이에서 경쟁력을 챙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편, 지난 방송분에서는 집안끼리의 만남을 앞두고 또 다시 동침하게 된 이건과 김미영의 모습이 방송 말미에 공개됐다. 사랑 없이 시작된 이 만남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게 될지,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