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 가서 음식 주문을 할 때 직원이 “저희 집 음식은 전부 맛있습니다.” 라고 애기한다면 일단 그 집의 음식 맛에 대해서 반만 신뢰하는 것이 옳다. 한정된 인원과 재료로 모든 음식을 다 맛있게 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음식점을 대표하는 간판음식은 그 음식점의 얼굴이다. 이런 것은 규모가 큰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회사를 대표하는 상품이 있다. 이들 대표상품은 기업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기업의 명운(命運)을 가름 짓는 핵심 상품이 되기도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이 제일 잘하는 영역을 집중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경영의 출발이다. ‘잭 슈웨거(Jack Schwager)’가 쓴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에 수학박사이자 물리학 박사인 ‘에드워드 소프(Edward Thorp)’가 자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완벽한 시각이 갖추어졌을 때만 트레이딩을 시작해요. 투자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찜찜한 구석이 있다면 바로 청산합니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일깨우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나설 때 이처럼 모든 준비를 마치고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차선책으로 앞선 투자자들이 정해놓은 투자원칙이나 조언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하려고 애쓴다. 펀드투자에 나설 때도 이런 효율적 차선책을 활용한다. 여러 가지 펀드선택 요령 중 자산운용사가 주력상품으로 키워서 ‘간판펀드’가 된 펀드에 투자하는 전략은 보수적 투자자에게 꽤 무난한 투자전략이다.
그런데 최근 이 전략에 문제가 생겼다. 대형급 간판펀드(운용설정액 규모 5,000억 원 이상)들의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지며 펀드보유자나 이를 지표로 운용사 능력을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실제로 외국계 운용사인 JP모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주식)A’(패밀리 설정액 약 7,700억 원)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주식형펀드 ‘신한BNPP좋은아침희망자1(주식)(종류A)’(패밀리 설정액 약 4,900억 원)의 경우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부여한 벤치마크 대비 4~6% 밑도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6월말 현재 연초이후 수익률, ‘JP모간~’의 경우 -5.96%, ‘신한BNPP~’의 경우 -6.00%)
하지만 ‘간판펀드’를 선택하는 투자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이와 같은 간판펀드들의 수익률 저조원인이 펀드 내부의 문제이기보다, 시장 침체가 길어지며 생긴 구조적(투자처 부족, 대형주 소외 등), 과도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가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고, 국내 주식시장이 탈동조화에서 벗어나 추세반전이 이루어진다면 수익률 경쟁대열 맨 앞에 간판펀드들이 위치할 것이다. 간판펀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능력을 보여주는 펀드이며, 회사발전에 사활이 걸린 펀드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