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때문에 수술중 수혈 거부,사망··의사 책임 당연히 없다

입력 2014-06-26 13:59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것을 거부해 환자가 수술 중 숨졌다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 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헌법에서 보장한 자기결정권에 따라 구체적인 치료 행위를 거부했다면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진료행위를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한 치료 방법을 거부하는 것이 자살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해 침해될 제3자의 이익이 없다면 자기결정권에 의한 환자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며

"환자가 명시적으로 수혈하지 않는 수술을 요구했고 의사가 이를 존중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씨가 속한 병원에서 수술 전 대량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수혈하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할 때 이 씨가 의사로서 진료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 이 씨는 2007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당시 62세)에게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면서 출혈이 심한데도 수혈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974년 결핵성 관절염으로 이미 한차례 수술을 받았던 A씨는 이 부위를 수혈 없이

다시 수술해달라고 다른 병원 3곳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상태였다.

먼저 수술받은 부위의 근육과 혈관이 심하게 유착, 다시 수술을 한다면

출혈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무수혈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씨는 다른 병원들에서 수술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A씨를 수술했다.

A씨는 수술 전 무의식이 되더라도 수혈을 원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해도

병원에 어떤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까지 했다.

수술 중 출혈이 심하자 이 씨는 가족들에게 수혈 의사를 다시 확인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수혈 시점을 놓쳤고 A씨는 결국 숨졌다.

1·2심 재판부도 환자가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무수혈 수술을 선택했다면

헌법상 허용되는 자기결정권에 따른 것으로 해당 의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