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가 간 펀드 교차 판매 제도인 펀드패스포트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투자자는 해외 상품에 대한 투자 기회가 늘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바탕으로 효율성과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정미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펀드의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는 펀드패스포트 도입이 국내 자산운용업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펀드패스포트는 상대편 국가에서 허가된 공모펀드를 역내 다른 나라에서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유럽연합의 공모펀드 투자기준인 유싯(UCITS)이 대표적입니다.
펀드패스포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를 통해 국가 간 자산운용업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UCITS 도입 당시 펀드 설정 규모가 50억 유로(약 7조원)에 불과했던 룩셈부르크는 이 제도를 바탕으로 그 규모를 2조5392억유로, 우리 돈으로 약 3620조원까지 늘리며 역내 1위로 올라섰습니다.
또한 영국은 펀드 운용 강점을 내세워 운용중심국으로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지난 2011년 호주가 UCITS을 모델로 펀드패스포트 도입을 APEC 회원국에 처음 제안해, 현재 한국과 호주를 비롯한 뉴질랜드·싱가포르 등 7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펀드패스포트는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운용사들에게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인터뷰> 존 브록든 호주자산운용협회 CEO
"자사운용상품을 판매하려면 유럽이라는 판매처를 거쳐야 하는데 이건 비효율적이다. (펀드패스포트가 도입되면 통합된 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금융 서비스를 직접 수출하게 될 것이다.) 호주 투자자가 한국의 주식 상품을 사고 싶을 때 혹은 그 반대일 때 이 제도는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투자 다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상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걸림돌로 꼽힙니다.
유럽과 달리 공모펀드 출시 후 국가별 규제를 따르다 보니 자칫 국내 운용사는 펀드패스포트 참여에 제약을 받고 되레 해외 거대 운용사에 안방을 내줄 거란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18일 열린 한-호주 포럼에 참석한 호주 재무부 정무장관과 자산운용협회 CEO 등은 한국 운용사의 호주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스티븐 초보 호주 재무부 정무장관
"호주는 지난 10년간 강한 개혁과 규제 완화 그리고 소비자 지원, 이를 통틀어 이뤄낸 개방 경제로 인해서 많은 국가적 혜택을 누렸다. 펀드패스포트가 도입되면 한국과 호주의 금융 산업 이해 관계자와 금융 소비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펀드패스포트 도입이 자산운용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 제고나 국제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정미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