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길고 길던 가윤이의 신생아 시절은 지나고, 내가 엄마가 된 지도 6개월에 접어들었을 때다. 그 때부터 우리 가윤이에게는 낯가림이 생겼다.
예전에는 누구에게나 방긋 웃어주고 잘 안기던 가윤이는, 이제 낯선 사람을 보면 마치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낯가림에 섭섭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자기보호과정으로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한다.
가윤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을 많이 접해서 낯가림이 없을줄 알았다. 그러나 가윤이도 역시 예외는 없었다. '내 아이는 남들과는 다르다! 낯가림 없을거야!'라는 생각을 한 번에 접게 해줬다.
여기저기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가윤이 아빠, 개그맨 정진욱 씨와 나의 딸이지만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데 그리 심한 낯가림을 하지는 않음에도 가윤이의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다른 낯선 사람들을 볼 땐 멀뚱멀뚱 보기만 하는데, 개그맨 한현민 씨...졸탄 팀의 현민 삼촌만 보면 갑자기 "으앙~"하고 서럽게 울어버리는 것이다.
낯가림이 생긴 후 나날이 더욱 심해지는 한현민 한 사람을 향한 낯가림...낯을 가릴 때면 울면서 기어가는 속도가 거의 LTE 급이다.
뒤집기와 배밀이를 마스터한 가윤이는 이제 아기 원숭이처럼 여기저기 기어다니며 어디든지 올라가려고 아둥바둥한다. 일찌감치 기어다니기를 시작한 가윤이는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만져봐야 한다. 또 올라갈 수 있는 곳은 다 한쪽 다리 걸치고 앉아봐야 직성이 풀리는지...어디든 가리지 않고 올라가버린다.
이제 가윤이를 집에서 찾아다니는 일이 생겼다. 틈만 나면 집에서도 혼자 사라져 버리고, 요리를 하고 있으면 내 발 사이로 기어서 왔다갔다 한다. 그러다가도 거실 장 위에 혼자 올라가서는 내려올 방법을 몰라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모습까지도 정말 귀여운 딸이다.
스스로 자연스레 잡고 서 있기를 배우며 혼자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다.
가윤이와 같은 기어다니는 아기들에게 혹시 선물을 주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의외의 필수품을 하나 알려 드린다. 바로 무릎 보호대다. 보호대 없이 기어다닐 땐...'쿵쿵쿵' 하는 소리가 집안에 진동한다. 마치 4~5살 아이가 일부러 소리내며 걷는 것처럼 들린다. 관절은 괜찮을까?
어떻게 저렇게 작은 아기가 기어다니는데도 저런 소리가 나는지, LTE급의 속도와 함께 엄마인 나도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진짜 가윤이의 기는 속도는, 좀 빨리 긴다 하는 아기들 중 3위 안에는 들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았다.
이렇게 잘 기고 잘 놀면서 자라는 가윤이지만, 돌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현민 삼촌만 보이면 갑자기 울보가 된다. 이유 모를 한 사람만을 위한 낯가림은 쭈욱~변치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 볼 삼촌인데. 현민 삼촌~가윤이한테 무릎 보호대 선물이라도 하나 안겨 주고 환심을 사 보는 게 어떨까요? (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과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