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애플이 지난 9일 주식 분할 후 주가가 강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액면분할로 미 증시가 뜨거워지자 100만 원대에서 요지부동인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액면분할 이슈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정미형 기자입니다.
[정미형 리포트]
<앵커>
취재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죠.
조연 기자. 먼저 애플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이번이 4번째 액면분할이라고 하는데, 7대1이라는 특이한 비율로 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기자>
이번 애플의 액면분할이 발표 당시 상당히 큰 이슈가 됐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액면분할 비율이었습니다.
'7대1'의 액면분할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가 힘든데요.
대부분의 2대1, 3대1, 10대1 이렇게 이뤄집니다.
액면분할을 발표했을 당시 애플의 주가를 보면 560달러선, 이를 7로 나누면 약 80달러가 됩니다. 다우지수의 중간값이 70~80달러 선인데요.
이를 보고 일각에서는 다우지수에 들어가기 위한 것 아니냐 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막상 액면분할 한 뒤 1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다우지수 편입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오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액면분할에 대해 즉각적으로 다우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보다 '가벼워졌다', '거래가 용이하다', '투자자로서 매력적이다'라는 시각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액면분할이 주주친화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시장은 일단 반기는 모습입니다.
분할 이후 진행된 CNBC 설문조사에서 77%의 응답자가 애플의 주식을 사겠다고 했고, 또 마켓워치의 온라인 투표에서 2만여명의 응답자 중 50%가 애플 주식을 추가 매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월가의 전체적인 투자의견을 종합해보면 증권사 중 2/3(30개사)가 '매수'를 추천했고, 평균 목표주가도 107.68달러였습니다.
물론 액면분할에 하반기 신제품 아이폰6의 공개를 앞두고 기대감이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전날은 미 증시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애플 역시 다소 떨어졌지만, 조만간 주당 100달러 돌파, 신고가 경신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앵커>
'애플'하면 국내에서는 '삼성'이 거론됩니다.
애플의 주가가 5년만에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반면 삼성전자는 수년째 140만원 박스권을 오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이슈, 사실상 10년도 넘게 이야기되어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에는 사실 액면분할이라는 것이 기업가치의 훼손은 없고, 시장으로서는 거래량을 늘릴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지 않느냐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앞서 리포트를 통해서도 보셨지만,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위해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측면에서 줄기차게 요구되어 왔습니다.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래 빈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텐데요.
실제로 과거 삼성전자 평균 거래량을 보면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7년 주가가 50만원선일 당시 거래량은 1억4천만여주였으나, 2010년 90만원선에 달하자 거래량이 1억주를 밑돌았고, 현재 140만원 박스권에 들어온 이후에는 6천만여주로 떨어졌습니다.
쉽게 한 예를 들어보자면 구세군 모금함 앞에서 지갑에 천원짜리가 있으면 선뜻 낼 수 있지만, 만원짜리만 또는 수표만 있다면 한번 망설이는 것이 사람이 심리이다.
목표가 200만원도 내다봤던 삼성전자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많지 않다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취재하는 과정에서 보니, 펀드매니저들도 펀드를 출시하는 초기에는 삼성전자를 한주만 담아도 비중이 오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등.. 그만큼 삼성전자 한 주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나아가서 이는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증시 거래량 감축으로도 직결되는데요.
이렇다보니 한국거래소 측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이른바 황제주들의 액면분할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지만,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앵커>
100만원 넘는 황제주, 삼성전자 외에도 많습니다.
롯데제과와 아모레퍼시픽, 영풍 등..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요구받으면서도 안하는 이유가 다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먼저 주가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은 이슈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위험을 기업으로선 지고 싶지 않은 면이 있겠죠.
또 주주가 많아진다는 것도 그만큼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 역시 커지는 만큼, 그 역시 좋아할리는 없습니다.
이런 황제주 기업들이 대부분 재무건전성 좋습니다.
부채의존도가 낮은 탓에,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평가를 받아 그에 따른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편이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과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액면분할해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액면분할이 기업가치 훼손측면에 전혀 영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가주라는 이미지를 갇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영을 이끌고 있는 오너들이 "100만원이 넘는 기업, 고가주는 좋은 회사다"란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오너들의 주가와 증시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는데요.
상장된 기업으로 혜택을 누리는 만큼, 투자자·주주에 대한 의무는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주주정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앵커>
한편, 최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사업분할 이슈도 불거졌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삼성전자란 거대 조직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가전 등 4개의 사업부 단위로 분할해 별도 회사로 만들면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물론 액면분할처럼 시장에서 제기되는 하나의 설에 불과합니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 4개 회사로 나눌 경우 반도체의 당기순이익은 7조4천억, 디스플레이 1조2천억, 휴대폰 19조1천억, 가전1조7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됐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산출한 적정 시가총액은 반도체 55조3천억, 디스플레이 16조2천억, 휴대폰 256조3천억, 가전18조7천억 수준, 이를 사업부별로 취합하면 시총은 최소 43.9%, 최대 73.5%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거죠.
보통주 주가를 모두 합하면 현재 140만원 수준인 삼성전자 주가가 최소 210만원에서 최대 253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단순한 가정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분할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애플 같은 글로벌 경쟁자, 또는 국내에서는 가전부분에서 LG전자라든지, 정면대결, 진검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분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최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커서 실현 가능성은 낮습니다.
<앵커>
조 기자,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