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시중 유통 잔액의 2/3··그런데 왜 보기가 어렵지?

입력 2014-06-05 13:00
5만원권이 발행 5년만에 시중 유통화폐 잔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로 보급이 늘고 있으나

좀체로 구경하기는 쉽지 않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만원권은 2009년 6월23일 처음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해 만 5살을 눈앞에 두면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대체를 비롯한

화폐의 제조·유통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확실히 효과를 내고 있으나

지하경제의 수단인 '검은 돈'으로서도 기능이 문제점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화폐(기념주화 제외) 중 5만원권의 연말 발행잔액 비중은 2009년 26.6%, 2010년 43.9%,

2011년 53.3%, 2012년 60.3%, 2013년 64.2%로 높아졌다.

올해 4월말에는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43조8,510억원으로, 전체 화폐 잔액의 65.9%를 차지했다.

5년만에 그야말로 국내 화폐 구성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장수로는 8억7,702만장으로, 1인당 18장가량 보급돼 있는 셈이다.

5만원권 발행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한때 직장인들의 비상금 수단이던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감소.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인 2008년 하루 평균 결제규모가 374만2천건에 달했으나

2009년에는 307만3천건으로 전년보다 17.9% 줄어든 것을 비롯해 매년 감소폭이 커져 지난해에는 112만9천건(1천129억원)에 그쳤다.

요즘은 사회생활에서 거의 구경하기 힘든 물건이 됐다시피 할 정도다.

애초 고액권인 5만원권을 도입한 취지가 은행권의 제조 및 유통비용 절감, 국민의 화폐사용 편의 제고 등인 만큼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애초 우려대로 5만원권이 나올 때부터 음성 거래 등 지하경제에 대한 부담은 예상되었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차떼기'에 사용된 사과상자에는 1만원권으로 약 5억원, 007가방에는 1억원이 들어갔지만

5만원권을 사용하면 사과상자에는 25억원, 007가방에는 5억원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1억원을 전달하려면 007가방 1개가 필요했지만 5만원권을 사용하면 양주 박스 1개로도 가능하다.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 그쳤지만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가 오히려 늘어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5만원권의 증가 원인을 추정한 바 있다.

다만, 지하경제 부문은 분석이 어렵고 과학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원인만 들여다본 평가라는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