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 대한 제왕절개 수술을 늦게 시행, 태아가 뇌손상을 입었다면 의료진이 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3부(양사연 부장판사)는 A(4)군과 그 부모가 산부인과 병원 운영자와 의료진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3억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엄마 B씨는 2010년 6월 24일 오후 4시 28분께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유도분만을 하려다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져 제왕절개술로 A군을 낳았다.
A군은 출생 직전인 오후 4시 10분께 심박동수가 분당 60∼70회로
약 8시간 전인 오전 8시 5분께(100∼105회)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A군은 출생 직후에도 울음이 약했고 청색증을 보였다.
자궁 내에서 본 변이 피부와 탯줄에 녹색으로 착색되는 심한 태변 착색도 나타났다.
현재 A군은 저산소성 뇌손상과 경련 및 뇌수두증 등으로 거동할 수 없는 중증장애 상태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분만 당시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하지 못해
태아곤란증이 의심된 A군에 대해 제왕절개술을 조속히 결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태아곤란증은 태아가 자궁 내에서 저산소 등으로 인해 심장 박동의 이상이 생기는 증세를 말한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태아 심박동수가 이상을 보인 오전 8시 4분께부터 8시간이 흐른
오후 4시 10분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태아곤란증을 고려한 제왕절개술을 결정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악화시켰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진이 오전 8시 4분께 측정한 태아심박동수 결과를 주목하고 주의 깊게 관찰했다면
제왕절개술 결정을 더 서둘렀을 것"이라며 "수술 지연이 A군의 현재와 같은 장애를 발생하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일반적으로 태아심박동 자료만으로는 태아곤란증을 진단하기 어렵고
자궁 내에서 태아가 비정상이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책임 비율을 40%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