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 대략 60퍼센트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는다. 인구 통계상, 젊은 사람들일수록 평균적으로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낮고, 노인일수록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도 남성보다 투표할 확률이 약간 더 높다. 하지만 과연 성향은 투표율에 영향을 끼칠까? 미친다면 어떤 식일까?
성취지향이기 때문에 또는 안정지향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에 특별히 더 관심이 높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안보(안정)나 기회균등(성취)처럼 구체적인 이슈별로 특정 그룹이 더 높은 관심을 보일 거라 예상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쪽 성향인 사람들이 전반적인 사회 현안에 관심이 높을 거라 단정 지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취지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투표장에 가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어째서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쨌거나 누가 지도자가 될지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모든 걸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정부가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길 바라는 이들이 아닐까? 이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투표일이 되면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 원인은 투표라는 행위 자체가 열망 행위라는 데 있다.
유권자는 누군가가 이길 수 있도록 투표장까지 가서 찬성표를 던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성취지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이기는 걸 좋아하고, 승리에 일조하기 좋아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투표는 옳다고 느껴지는 행위이고, 점심시간을 쪼개 길게 줄을 서는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후보나 사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걸 허락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는 안정지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사람들은 국민투표에 기꺼이 참여한다. 국민투표는 대개 현행법을 지지하는지, 아닌지를 묻기 위한 것이므로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경계 행위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일이므로 예방, 안정과 일맥상통한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그토록 많은 보수파 정치인들이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대표 행사를 강조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의 작용 원리를 이해하는 영리한 후보자라면 자신에게 지지표를 던져야 하는 여러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들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에 대한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내세우며 선거 유세를 펼칠 것이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안정지향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금의 나라 상태가 형편없고 심지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그러면 안정지향의 유권자들은 나라를 구하고 안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그렇게 한 책임이 있는 현 권력자에게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취지향의 사람들이 권력 교체를 위해 표를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