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와 사외이사들이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명목으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간의 반목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고 정 감사는 이건호 행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1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정 감사는 이날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했고 이에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은행 내부의 갈등으로 자진해서 금융 당국의 감독을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4월 국민은행 이사회는 전산시스템을 IBM이 독점 운영하는 시스템을 IBM과 오라클 등 여러 IT업체가 참여하는 유닉스시스템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6명의 사외이사 중심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정 감사는 시스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국민은행은 내부 검사에 들어갔고 정 감사는 업체 변경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지난 16일 해당 내용을 담은 감사 보고서를 감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며 의견서 채택을 거절했습니다. 이 행장은 19일 이사회를 소집해 같은 내용의 감사의견서를 상정했지만 사외이사들은 또다시 거절했습니다. 이에 이 행장과 정 감사는 금융감독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KB금융지주는 이날 김재열 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의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 상임감사위원이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 시키려 했다”며 이 행장 측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버 교체 문제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주도권 다툼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사고가 잇따르는 KB금융이 내부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