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연구학회(회장: 양석균)는 14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5월 19일)을 맞아, 국내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 502명이 참여한 환자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증상 경험 후 1년이 지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응답자의 26.9%였고, 병원을 빨리 찾지 않은 이유는 질환인 줄 몰라서라는 응답(73.3%)이 가장 높아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28.3%는 최근 6개월 내 질환으로 인한 결석/휴가를 낸 적이 있다고 답했으나, 이들 중 42.7%는 결석/휴가가 질환으로 인한 것임을 알리지 않았다. 더불어, 응답자의 62.7%가 긴급한 상황에 공공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 중 49.6%는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했으며, 43.4%는 질환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변하는 등 경제적/심리적 고충 역시 여전해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좀 더 요구되는 실정이다.
6개월이 지나서야 병원 찾는 비율이 39.1%, 결석/휴가 내도 질환 때문임은 숨겨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희귀난치 질환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면 치료 시기를 놓쳐 질환을 중증화시킬 수 있다. 조사 결과, 염증성 장질환 증상을 경험한 후 6개월이 지난 후에 병원을 찾았다는 응답자가 39.1%이며, 이 중 26.9%는 1년이 지난 후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리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는 질환인 줄 몰라서(73.3%, 2013년도 조사결과 71.2%),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13.3%, 2013년도 조사결과 11.8%) 등으로 지난해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어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28.3%가 최근 6개월 내 질환으로 인해 결석/휴가를 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증상이 심해서(30.3%)와 외래 진료를 위해(25.6%)를 주요한 원인으로 들었다. 한편, 결석/휴가 시 질환으로 인한 것임을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도 42.7%에 달해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오해의 시선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다.
62.7%가 공중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 느껴, 우선 이용할 수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
이번 조사에서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공중 화장실 이용과 관련한 어려움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62.7%가 공공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유는 (대기줄이 있을 경우) 화장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없어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9%, 1순위 응답). 특히 외관 상으로 질환의 징후가 드러나지 않는 탓에 장애인 화장실 이용 시 오해하는 시선이 불편하다는 응답도 4.0%에 달하는 등 많은 환자들이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사회의 이해 부족으로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절반 가까이가 질환으로 인해 소득 감소, 치료비 부담으로 삶의 질 저하
더불어, 올해 조사에서는 질환으로 인한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 정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전체의 절반 정도는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했다고 했으며(49.6%), 특히 노동직과 서비스직, 파트타임 근무자들의 소득 감소 비중이 높았다.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가 17.9%, 치료비 부담으로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가 59.8%, 치료비 부담으로 삶의 질이 저하됐다가 47.4%로, 생활 전반에 걸쳐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압박이 크고 이는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어려움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어려움도 가중시키고 있다. 43.4%는 질환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 충동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84.7%에 달했다.
이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 10명 중 9명은(정부의 인식 제고 노력 요망 90.4%, 주변의 이해/배려 요망 89.4%)은 질환의 치료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주변사람들의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일상생활에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부분들로는 질환의 특성상 식이가 매우 중요한데도 먹지 못하는 음식이나 술 등을 강요하는 회식 문화, 질환의 증상을 꾀병이나 배탈 등으로 오해, 잦은 화장실 이용으로 불성실하다는 낙인 등을 꼽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치료/관리하면 일상생활 가능,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
국내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장기적 또는 평생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지칭한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서구화된 식생활 등도 요인이며, 환자들은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재발로 고통 받고 있다.
한편, 염증성 장질환은 최근에 진단받은 환자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1989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크론병 환자 2,043명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최근 들어서는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제제의 사용을 더 일찍 시작해, 과거 환자 대비 장 절제 수술률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성적으로 재발되는 질환이더라도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악화를 막는 지름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양석균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은 “설사,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희귀난치성 질환이긴 하지만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에 따라 질환이 없는 일반인 못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오랜 투병으로 인해 가족간 관계가 소원해지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주위의 관심과 배려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