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연출 신경수, 극본 김은희)의 김도진은 미치광이 악인이었다. 그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배우 최원영(38)은 악역이자 극중 중요인물인 김도진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저만 잘하면 됐어요(웃음). 행복한 작업이었죠. 다들 좋은 선배들이고, 쟁쟁하신 분들이었어요. 그리고 좋은 동료와 후배들. 언제 이렇게 같이 작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 측면에서는 끝나서 아쉽기도 해요. 애틋하고 다들 보고 싶고 생각이 나요.”
◆ '악의 축' 김도진에 몰입한 시간들
최원영은 김도진에 대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악역’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최원영은 최대한 집중했고, 그 순간 감정들을 쏟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였을까?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목이 안 돌아갈 정도였단다. 그는 “처음엔 잠을 잘못 잤나 싶었어요. 목이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제가 촬영하면서 계속 신경 쓰고 이런 것들이 풀리면서 한꺼번에 온 것 같아요. 사우나에서 지압을 받는데 '무슨 스트레스를 이렇게 받았냐'고 할 정도였어요. 남을 괴롭힌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라며 웃어보였다.
“제가 찍은 장면들은 다 기억나죠. 특히 김도진이 청와대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세트장이었지만 언제 이런 곳에 와 보겠냐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극중 이동휘(손현주) 대통령이랑 한태경(박유천)이 독대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짠하면서도 인상에 깊이 남더라고요. 몇 마디로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마지막 회에서 검사가 한 대사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그들을 희망이라고 부릅니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니오. 저희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라는 대사를 하는 건 어땠을까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하하)”
극중 김도진은 "모두 다 죽일 겁니다" "누구를 가장 먼저 죽일까요?"라며 상대방을 협박하고, 클래식을 즐겨 들었다. 취미는 피규어 수집. 그런 것들이 재신그룹 회장 김도진의 성격을 잘 보여줬고,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특히 김도진이 갖고 놀던 피규어의 팔을 잔인하게 부러뜨리는 장면은 최원영의 아이디어였단다.
“제가 생각한 행동이지만 감독님이 흘려보내지 않고 그걸 화면에 잘 담아주셨어요. 감사한 부분이죠. 제가 원 없이 연기를 펼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밀도 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를 할 때 감정을 앞세우는 것보다 전달될 때 쐐기 있게 보여지도록 포인트를 둬요. 아낄수록 세지죠. 무서움을 줘야지 하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게 더 무서울 수 있어요. 슬픈데 슬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더 슬퍼 보이잖아요. 취해서 비틀거리는 것보다는 취했는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면서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취한 걸 잘 보여주는 것처럼. 그런 디테일들이 감정을 세게 주는 것 같아요. 작가님도 잘 써주셨고 감독님도 잘 잡아주셨어요.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 ‘쓰리데이즈’ 정의가 죽지 않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극중 청와대 경호관 이차영(소이현)은 이동휘 대통령을 위해 이중스파이로 활약, 반전을 선사했다. 특히 악인 김도진 편인 척 연기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묘한 케미(케미스트리)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원영은 실제 묘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차영이랑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했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약간 의중 속에 김도진이 마음을 두고 있는 건 아닌가. 내연녀였나. 스파이였나. 그런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런 것들이 섞여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케미'가 있다고 해주신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 최원영은 결국 자신의 꾀에 넘어가 자신이 터트린 폭탄에 죽음을 맞이한다. 어찌 보면 악행(?)에 비해 너무 쉽게 죽은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원영은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좋아요. 전체 맥락으로 봤을 때는 심플해요. 저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잘 전달됐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쓰리데이즈'에 대해 좋은 작품이고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악의 축’이었어요. 작품 전체의 메시지는 '정의가 죽지 않는 모습'이었어요. 작가님의 처음 의중도 그렇고 현시대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드라마고 판타지지만 보다 현실감 있게 부딪치고 소화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걸 토대로 즐겁게 보시길 바랐고, 삶에 대해서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랐어요. 좋은 작품이었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쓰리데이즈’에 잘 녹아있었다고 생각해요.”
-②편에서 계속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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