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해외진출‥성과는 '속빈 강정'

입력 2014-05-14 09:18
<앵커>

은행들이 신규 수익 발굴을 위해 해외로 향해 보지만 고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는 은행조차 상당 부분 본사의 할당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변화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이 처한 해외진출의 현실이 심각한 수준임을 토로했습니다.

단기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고 성공 사례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지난해까지 국내은행이 진출한 국가 수는 34개국, 점포수는 152개에 이르는 등 외형은 커진 반면 순익은 30% 가까이 급감하며 투입 대비 성과는 미흡하기만 합니다.

당국이 금융의 삼성, 골드만삭스를 외치며 독려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해외 진출도 잇따릅니다.

해외지점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는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중국과 캐나다에 법인 개설을 완료했고 상반기 내 폴란드 진출을 추진하며 동유럽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중국법인 통합으로 시너지 모색은 물론 중남미 진출도 꾀하고 있습니다.

도쿄지점 사건으로 주춤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차치하더라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역시 인도와 베트남, 중동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처한 환경과 입장이 다른 만큼 은행간 해외진출에 대한 시각차는 분명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해외진출 가속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여전합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폴란드도 나가고 헝가리도 나갔었고 헝가리는 은행이 아니고 2금융권 비슷하게 나갔는 데 (준비없이 나가다 보니) 결국 크게 실패..재미 못 봤다”

또 다른 문제는 해외진출 은행들이 내놓는 실적의 부풀려진 측면입니다.

해외지점 실적 호전, 은행권 최초라는 수식어 등으로 과시하고 있지만 수익 이면에는 본사의 자금지원과 BA업무·외환 송금 등에 한정된 수수료 수익이 상당수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다른 은행들도 본점에서 자금 지원하지만 기본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꺼리를 주거든요 그게 현실이다. 그게 순수하게 해외사업을 해서 버는 것인가 내용을 뜯어봐야 한다”

독자적인 마케팅과 영업, 현지 자금조달은 커녕 당국의 재촉, CEO 임기내 결과물에 급급하다 보니 여전히 진출 초기단계의 수익을 내는 수준을 되풀이 할 뿐입니다.

한 시중은행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개념이 아닌 씨티은행 HSBC 등 상업은행의 관점에서 M&A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격변기인 60년대 한국에 진출해 40년을 기다려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성과를 낸 씨티은행 등의 흔적에 신흥국·후진국에 주로 진출중인 국내 은행들이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기 내 숫자와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경영진과 평가 시스템에 얽매여 성공에 급급한 해외 직원들에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미흡한 해외 성과 뿐 아니라 연이은 금융사고도 어찌보면 인내하지 못하고 빨리 성과를 가시화하려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에서 기다림과 변화는 최근 은행권에 있어 절실한 한 마디로 다가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