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58편. 소심한 투자자의 선택

입력 2014-05-14 09:30
인디아나 대학 사우스 이스트 캠퍼스의 소심연구소 (Shyness Research Institute) 소장이며 ‘소심함(Shyness)’의 저자인 베르나르도 카르두치(Bernardo Carducci)는 그의 저서에서 1980년부터 25년 동안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해본 결과 약 40%가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스스로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자에 나서게 되면 걱정은 배(倍)가 된다. 소심한 사람들이 쉽게 긴장을 풀지 못하며 컴포트 존(comfort zone 사람이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끼는 범위)이 넓지 않아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투자 상품을 고를 때 소심한 사람은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나치게 소심한 사람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거나 인내심이 없는데다가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처음부터 투자에 나서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사람이 부득이 누군가 권유에 못 이겨 투자에 나섰을 경우 시장변동성에 눈을 떼지 못하고 서둘러 시장을 빠져 나갈 구실을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때려야 한다.’는 서양격언이 있듯이 투자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결단으로 방향설정을 해나가야 한다. 대신 명쾌한 결단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관련지식과 경험을 쌓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투자 시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투자의 시대를 맞아 소심한 투자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가며 투자에 나서야한다면 원칙 있는 투자와 관련지식 습득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내 펀드 시장이 최근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온라인 펀드채널이 생긴 것이다. 비용절감과 폭 넓은 상품선택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개장(지난 4월 24일)한 펀드슈퍼마켓이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30~40대 젊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신규 계좌가 많이 개설되고 있으며 가치주·배당주펀드에 대한 가입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 땅의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의 ‘묻지 마’ 투자 관행을 벗고 소신 있고 알뜰한 투자에 나선 결과로 여겨진다. 하지만 투자의 절차가 편리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서툴고 소심한 투자자는 가려진 위험요소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려야 할 것이다.

펀드투자에서 편리함과 비용절감은 득(得)도 되고 독(毒)도 될 수 있다. 편리함이 충동적 매매를 불어오고, 저렴한 비용이 질 낮은 투자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분위기에 내몰려 충분한 고려 없이 투자를 한 경우 되돌리기가 어려운 것이 펀드투자다.

마음이 약한 투자자 일수록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정성(定性)적’ 평가요소를 적용해 펀드등급을 매기는 평가사가 국내에도 등장했다. 정량(定量)적 성과 외에 운용회사의 운용 철학. 조직문화, 매니저 이동 등과 같은 정성적인 평가요소를 함께 고려해서 투자하는 것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권할만한 투자 자세다. 소심한 투자자가 시장변동성을 극복하고 성공투자에 이르는 길은 이처럼 객관적 지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