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삼성그룹 변화 속도 낸다··'마하경영' 차질 우려

입력 2014-05-12 07:07
수정 2014-05-12 08:5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로 그룹 경영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삼성그룹 진행중인 그룹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주 삼성SDS가 전격 연내 상장 발표한 것을 비롯해 최근 삼성그룹의 변화들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외부적으로는 그룹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나 방향을 봤을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설이 나온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에 우려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100일이 넘게 출근을 하지 않고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강 악화설이 불거진 바 있다.

또 지난해에도 6월 7일이던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이 10월 말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또다시 건강악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해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그룹 사업 재편에 나선 것도 이무렵이다.

지난해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대신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떼내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분리했다.

또 삼성SNS와 삼성SDS를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으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정리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주에는 이 회장의 3자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삼성SDS의 상장 추진을 두고 그룹의 3세 승계 구도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SDS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0%),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0%)은 이번 상장을 통해 2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해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하는 삼성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설령 이번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무관하다고 해도, 이는 삼성그룹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불가피한 불확실성인 이상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시도에서 이에 대비하고 경영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최우선으로 전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이건희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마하경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하(Mach) 경영'으로 불리는 일련의 경영혁신은 이건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