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정책성보험에 보험사만 한숨

입력 2014-05-08 15:40
<앵커>

성폭력과 학교폭력 등 이른바 4대악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해준다는 '4대악 보험' 출시가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미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맞춰 출시하려 했지만, 제대로 된 통계가 없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출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보도에 홍헌표 기자입니다.

<기자>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 철폐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공약입니다.

정부는 4대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반상해와 후유장애,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는 '4대악 보험'을 손보사들에게 출시를 권유했습니다.

이에 현대해상이 4대악 보험을 단독으로 출시하기로 했고, 금융감독원도 이미 지난달에 상품판매를 허가해줬습니다.

하지만 출시예정일이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출시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통계가 없다보니 요율산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정보유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해상은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부랴부랴 상품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로 자칫 정책 홍보성 상품으로 보일 수 있어 출시 시기를 놓고도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시에 난항을 겪는 보험상품도 문제이지만, 무작정 내놓기만한 정책성 보험도 문제입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보험사에 피싱과 해킹으로 인한 금융사기를 보상하는 '피싱·해킹보상 보험'을 출시하도록 했습니다.

당국의 압박에 지난 3월 손해보험사들이 상품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가입한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미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는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이나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 등 다른 보험들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손보사들이 상품을 내놓았지만 정작 상품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상황에 놓여 손보사들만 속앓이하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홍헌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