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신뢰‥‘꾼’에 울고 웃는 금융권-③] 지친 구경꾼만 늘어난다

입력 2014-04-29 16:47
<앵커>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국내은행의 경영진들이 나름의 회복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울림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야심찬 계획을 내놔도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은 영업실적 위주의 성과평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시큰둥한 현장의 반응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박시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사들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금융사고가 잇따랐던 국민은행이 올초 야심차게 내놓은 ‘스토리금융’

고객감동을 최고의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좋은 취지로 기존의 인사평가 방식인 KPI를 폐지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놨습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KB국민은행 창립 12주년 기념식>

“제가 추구하는 고객중심 영업, 위대한KB를 만드는 길에서의 방법론인 스토리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성과관리체계 개편도 지금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직원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모호하다는 겁니다.

국민은행은 각 지점에서 성적이 좋은 직원을 선정해 포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지만 지점에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

<지점 관계자>

“포상한다는 것 알고 계세요?”

-“포상이요? 처음 듣는데..”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고객감동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좋은 취지였지만 경영진의 주문과 현장의 대응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은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 직원들의 경각심을 깨우기 위해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28일까지 전 지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점 관계자>

“윤리실천 결의대회? 그게 뭐죠? 내용을 몰라가지고..”

역시 지점에서는 처음 듣는다는 반응입니다.

전반적인 금융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 실적 위주의 영업은 단기간내 근절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경영진에서는 잇따른 금융사고로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실적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임일석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실장

“영업이익 내라는 요구가 비윤리적으로 하면서 이익을 내라는 말은 아닐테지만..윤리적 틀에서 이익 내라는 말일텐데 이 두 가지 요구는 본질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터지는 사고에 대한 대책이라고 여겨 대부분의 지점들은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분위기상 불만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 워낙 큰 문제이기 때문에..

사고 터지는 것은 어쩌다 한 지점에서 생기는 거지 30%가 문제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어서 변별력이 있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성과평가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의 실적 위주로 수치화했던 KPI 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전상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객관적인 것보다 조직 화합 역량이라던지 조직 문화에 대한 기여도 등을 반영한 성과지표를 개발해야한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직원들도 인정할 수 있는 인사평가를 통해 조직 전체에 윤리적인 문화가 퍼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끊이지 않는 금융권 사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바탕으로 경영진과 현장의 일치된 호흡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박시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