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김기태 다 짊어지고 떠났다··LG 조계현 감독대행 체체

입력 2014-04-24 08:24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10년 암흑기'를 끝낸 김기태 감독이 결국 떠난다.

LG의 암흑기를 끝냈지만 험난한 LG의 사령탑 자리에서 느껴야 하는 중압감과 외로움은 변하지 않았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나타나지 않은 김기태 감독은 끝내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시즌을 개막한 지 고작 18경기 만에 내린 결정이여서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이른 사퇴다.

앞선 세 번의 사례가 프로야구 초창기의 일이었다면, 김 감독의 결정은 출범 33년째를 맞아 긴 안목의 시즌 운용이 정착된 시기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김 감독은 10년 묵은 LG의 암흑기를 끝낸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이듬해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그 사이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 등 4명의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했으나 성적이 나지 않으면 갖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든 경질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로까지 통하던 LG 감독 자리에 앉은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보여주던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결집시켰다.

김 감독의 노력은 2013년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로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숙원을 이룬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만큼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는 더 커졌다.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용병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에 실패, 투수진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에 돌입한 LG는 정규리그 초반부터 심각한 투·타 엇박자를 내며 흔들렸다.

LG는 이날까지 4승 13패 1무승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4월 중순부터 6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김 감독의 입지는 그대로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고도 재계약과 관련해 긍정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은 김 감독의 압박감을 더 크게 만들었을 수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내·외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편 LG 트윈스는 당분간 조계현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을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