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파문 확산

입력 2014-04-20 16:05
생명보험회사들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조사한 결과, ING생명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대다수 생명보험사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년~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으로 자실시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다고 명시됐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적용된 표준약관에는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는 점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에 종신보험 표준약관을 만들 때 실수로 잘못 설계된 부분이 있지만 자살이 재해가 아닌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재래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경우 일반사망보험금 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자살 시 재해사망금을 지급하면 가입자의 자살을 조장할 수 있고 암 등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환자가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험사들은 물론 금융당국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이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는 개별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금감원은 민원이 접수되면 분쟁 조정을 통해 요구액의 60~70% 수준에서 보상금을 맞춰주는 실정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미지급된 자살 보험금만 수 천억원에 이르며 현재 계약자까지 포함하면 향후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각종 판례와 여론 등을 고려해 기존에 자살보험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지급하되 앞으로는 과거 잘못된 약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