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가 대법원이 재건축 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추가분담금 등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간의 갈등이 깊은 곳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조합원 분담금이 예상보다 최대 1억원이나 오를 것이라는 게 드러났는데도 조합이 이와 관련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을 소홀히 했다는 데 따른 조치이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뒤 조합원들이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지연돼 1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원들 분담금이 크게 오르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다 이번 판결까지 겹치면서 매매가격도 하향세로 조정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가락시영 전용면적 40.09㎡의 경우 지난 1월 5억2천만원, 2월에 5억3천5백만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4월 현재 4억9천5백만원에 거래되면서 5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올 6~7월 예정된 관리처분계획 의결을 위해 조합원의 2/3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분담금과 조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으로 인한 갈등은 비단 가락시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초에는 서울 성동구의 왕십리 뉴타운 2구역의 조합원 한 명이 둘러싼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입주를 앞두고 가구당 평균 추가 분담금이 평균 1억원 이상, 많게는 2억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조합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조합원 420여가구 중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아파트 잔금과 추가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왕십리 뉴타운2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조합원 입주권에 추가 분담금을 더하면 일반분양분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요즘 시장 상황으로는 입주 때 다다라서 추가 분담금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일반분양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추가 분담금 때문에 생겨난 조합원들 간의 갈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형별로 정리를 해놓지는 않았지만 뉴타운·재건축 실태조사를 해보면 특히 추가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구역별로 갈등은 조금씩은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3,885가구의 대단지인 '아현 래미안푸르지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분양 대규모 미분양을 낸 이후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으로 현재 중소형 물량인 전용면적 59~84㎡는 분양이 완료됐다.
하지만 중대형 면적인 전용면적 114㎡의 잔여물량이 남아있어 입주를 앞두고 추가 분담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K씨는 "일반분양의 경우 할인분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이 공식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진 않았지만 할인 분양마저 안되면 추가 분담금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조합원들은 일반분양보다 20~3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미분양 손실을 메우기 위해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더' 내게 되면 결국 일반분양과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가락시영 재건축에서 본다면 다소 사업이 늦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있을 수 있지만 다시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것이 조합원들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에 진행방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합에서의 의결 정족수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각심을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가락시영 재건축 '취소' 판결은 절차상 하자를 지적한 선례로 남은 만큼 길음2재정비 촉진구역 등 다른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관련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