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커브'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커브가 진화하고 있다.
110㎞대 느리고 각도 큰 공에 미국 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동안 '보여주는 공'에 그쳤던 류현진의 커브가 2014년 '승부구'로 탈바꿈했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메이저리그 미국 본토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7탈삼진의 호투를 펼쳤다.
불펜 난조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이한 류현진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커브의 위력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총 투구 수 88개 중 13개(14.8%)를 커브로 채웠다.
직구 45개(51.1%), 체인지업 19개(21.6%), 슬라이더는 11개(12.5%)를 던졌다.
팬그래프닷컴이 분석한 2013년 류현진의 구종 별 구사율(직구 54.2%, 체인지업 22.3%, 슬라이더 13.9%, 커브 9.5%)과 비교해 커브 구사율이 5.3%나 늘었다.
이날 류현진의 커브는 위력적이었다. 원래 류현진의 주 무기는 서클 체인지업이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2006년 체인지업을 배웠고 이 구종으로 한국 무대를 평정한 후 빅리그 마운드에도 연착륙했다.
메이저리그 2년차 류현진은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대신 기존의 커브를 다듬기로 했다.
시범경기에서 커브 구사율을 늘리며 가능성을 시험하던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전을 계기로 커브 구사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사실 동산고 시절 류현진은 '커브볼러'였다.
류현진은 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대부분이 직구였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졌다. 직구 다음은 커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에 입문한 뒤 체인지업을 배우면서 커브 구사율을 줄였다.
2006년에는 10%였지만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7~8% 내외로 줄였다.
하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다시 커브 구사율을 높였다. 2011년에는 10%였고, 2012년은 13.3%였다.
당시 류현진은 "생각해보니 구속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시속 150㎞까지 나오는 직구에 130㎞대 체인지업을 던지는 류현진은 '더 느린 공'의 필요성을 느꼈다.
류현진은 2011년과 2012년 국내 무대에서 체인지업보다 각이 훨씬 크고 반대방향으로 휘는 커브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3년 공인구 롤링스에 완벽히 적응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2년째인 올해 다시 '커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롤링스는 국내 공인구보다 실밥이 덜 도드라졌다. 처음 롤링스를 접한 투수가 슬라이더와 커브 등 실밥을 채는 구종을 구사하기 어렵다.
류현진은 지난해 롤링스에 익숙해졌고, 이제 편안하게 커브를 구사한다. 류현진이 승부구 하나를 더 갖췄다는 의미다.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오늘은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 초반에 위기가 있었으나 이것을 잘 넘기면서 후반까지 피칭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빛났다"고 제목의 기사에서 "류현진의 보석 같은 피칭이 샌디에이고가 다저스를 1-3으로 꺾는 바람에 낭비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2년차 류현진은 1회말 위기에 빠졌으나 자신을 가다듬고 이를 넘겼다"며 "류현진은 남은 시간 동안 마운드 위에서 16타자 연속 아웃을 잡는 등 특출난 투구를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