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美 국방장관 제임스 슐레진저 별세‥향년 85세

입력 2014-03-28 22:20
냉전시대 미국의 국방정책 책임자였던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이 27일(현지시간)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슐레진저 전 장관은 폐렴증상으로 존스 홉킨스대학 베이뷰 메디컬 센터에 입원했지만

결국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냉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밑에서 2년여간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44세에 국방부 장관이 된 그는 베트남 전쟁 말기 대대적인 국방예산 감축을 추진한 의회와 충돌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국가안보는 소련과 마찬가지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논리로

예산확대를 요구하면서 의회와 맞섰다.

그는 강경 매파로 분류됐지만, 소련에 대한 핵전략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상대방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핵능력을 갖춰야 오히려 전쟁이 억지될 수 있다는 '상호파괴확인'(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개념의 전환을 주장했다.

무뚝뚝한 화법에 타협이 없던 슐레진저 전 장관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해 의회, 언론과도 갈등을 빚었다.

그는 국방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의회에 유화적이고, 베트남전 당시 입대기피자에 대한 사면정책을

적극 검토했던 포드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가 경질됐다.

2명의 공화당 소속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직을 수행한 그는 민주당 소속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밑에서는

초대 에너지부장관으로 발탁됐지만 여론·의회와 불화를 빚었고 결국 경질됐다.

그러나 위기의 상황에서 정확하고 빈틈없는 판단을 내린 우수한 공직자였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기 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군부에 "대통령이 핵무기와 관련된 지시를 내릴 경우 즉시 수행하지 말고 일단 국방부나 국무부의 재가를 받아라"는

비밀지시를 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박사인 그는 장관이 되기 전 버지니아대학 교수와 미국원자력위원회 의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