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입을 서로 상의할 정도고 서로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 하는 남녀가 단순한 애인이라 할 수 있을까?
사회 통념도 그렇겠지만 이 정도의 남녀는 묵시적으로 결혼 예비 ,즉 약혼에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가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최정인 판사는 A씨와 그 부모가 동료 B씨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모두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2011년 초부터 사귄 두 사람은 함께 근무하던 직장에서 알려진 커플이었다.
B씨는 직장 근처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A씨에게 조언을 구하고 동·호수를 알려주는 등 구체적 내용을 상의할 정도였다.
B씨는 A씨가 다른 직장으로 옮기자 "옆에 못 있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글이 담긴 꽃바구니와 선물을 보내며 위로했다.
그러나 B씨는 A씨뿐 아니라 하필이면 같은 직장 C씨와 '양다리'를 걸친 상태였다.
여기에서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다.
B씨와 피임 없이 성관계를 한 두 여성이 2012년 3월께 동시에 임신을 한 것.
C씨에게 마음이 기운 B씨는 자신의 건강이 나쁘고 돈도 없다며 A씨를 설득, 아이를 낙태하도록 했다.
이후 B씨는 C씨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당한 경우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판사는 "B씨가 A씨에게 장차 신혼집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의 구입 및 자금 마련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며 상의했고 그 직후 서로 피임 조치 없이 성관계를 가진 점을 종합할 때
두 사람 사이에 묵시적으로 약혼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의 부당한 약혼 파기로 A씨와 그 부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B씨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최 판사는 다만 "B씨의 부모가 두 사람의 약혼이 성립한 사실을 알았는데도 부당하게 임신 중절을 강요,
약혼을 파기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이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A씨 행위는 2009년 11월 이전이었으면 '혼인빙자간음'에 해당, 형사적으로도 죄가 성립되었겠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후 효력을 상실했다.
A씨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으나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혼전 여성들이 항상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