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 하정우' 정영기, '또 하나의 약속' 미친 연기...'흥행 뒷심'

입력 2014-03-13 18:42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변호인’이 관객 동원 1136만명의 흥행 대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데 이어, 또 한 편의 실화 영화가 관객들의 입소문과 함께 극장가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제작 또하나의가족제작위원회,에이트볼픽쳐스)이다. 배우 박철민이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는 딸의 아버지로 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관객들의 요청 등으로 최근 전국 상영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줄 아는 용기를 다룬 영화에서 주인공들 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 '미친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으는 배우가 있다.

'독립영화계의 하정우’로 언더그라운드 영화계에서는 일찌감치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 받아온 배우 정영기가 그 주인공이다.

정영기는 '또 하나의 약속'에서 영화 '변호인’의 마지막에 송강호를 위해 증언을 맡는 '윤 중위'를 연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 용기를 내 진실을 말하는 반도체 공장 엔지니어 채도영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영기는 “처음에는 진실을 밝힌 후에 따라오게 될 불이익이나 후폭풍이 두려워 자신의 양심을 속이려고 하지만 결국엔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는 인물이예요. 소심하고 유약한 사람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내는 모습이 멋진 것 같아요. 당장은 무섭고 두렵지만 내 가족과 회사를 위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심정으로 연기했어요”라고 전했다.

잠깐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미친 존재감 배우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2000년 대학로에서 연극을 시작, 올해로 연기 14년차를 맞은 그는 독립영화 등 작품 100여편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특히 '독립영화계 하정우'라는 닉네임으로 통할만큼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을 인정받아왔다.

2010년에는 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동네바보인 줄 알았던 인물이 알고보니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열쇠’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부문 연기상을 받았고, 2012년 제6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는 '서브휴먼’(잉여인간)이라는 영화로 연기상인 대단한 배우상을 받았다.

또 주연으로 출연했던 '숲’이라는 작품이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역시 주연으로 출연했던 '불을 지펴라’는 제1회 신상옥영화제 대상을 각각 수상하기도 했다.

독립영화로 연기력을 다져온 그는 최근 들어 상업영화에도 부쩍 자주 출연하며 김인권, 오정세 등의 뒤를 이을 '미친 존재감 배우’로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정영기의 캐릭터 중 하나로는 영화 '마더’에서 본드를 흡입하다 진구에게 얻어맞아 앞니가 부러지는 고등학생 역할이 있다.

롤모델은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 '007 21탄 카지노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를 위협하는 매력적인 악당으로 나온 그가 '더 헌트’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쓰는 소심하고 착한 유치원 선생님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상반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연기력에 한 눈에 반했단다. 그는 “관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영기 나오니까 재미있을 거야’라고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무명 영화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전단지 돌리기, 커피숍 서빙, 분식집 김밥 말기, 공사장 벽돌나르기, 상가건물 리모델링할 때 샤시 달고 용접하기 등 온갖 허드렛일을 감수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오랜 무명 세월을 뒤로 하고 정영기의 비상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플랜맨’에서는 국민 MC 구상윤 역으로 출연한 장 광의 매니저 캐릭터를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정영기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 관객 여러분 분들께서 '변호인’처럼'또 하나의 약속’도 따뜻하게 끌어안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