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49편. 투자권유대행인을 활용하라

입력 2014-03-12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49편. 투자권유대행인을 활용하라

며칠 전 밤늦게 모 은행 365일 창구를 이용하다 낭패를 겪었다. 가지고 있던 현금을 기계에 넣고 입금처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데 중간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서둘러 기계 옆에 걸린 전화로 담당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설치한 기계에서 발생한 일이니 영업이 시작하는 아침에 처리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입출금기가 고객만을 위한 것인가? 은행의 비용절감과 고객의 편의가 맞물려 설치한 것이 현금입출금기 아닌가?” 라며 필자가 강하게 따지자, 결국 책임자가 나서서 아직 업무가 서툴고 내용을 모르는 신입 직원의 실언이었음을 이해해 달라는 말에 모든 것을 마무리 했지만, 아직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思考)가 금융권 곳곳에 남아 있음에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자산운용업계는 올 3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펀드(소득공제 장기펀드)가 첫 선을 보이는 데다 온라인 펀드 백화점인 ‘펀드슈퍼마켓’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슈퍼마켓의 경우 온라인 가입으로 수수료를 낮춘 저비용구조와 편리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무력한 펀드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란 기대로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애초에 성공요건으로 거론됐던 실명제 문제와 IFA(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 도입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는 펀드슈퍼마켓(운용사 펀드온라인코리아)은 반쪽짜리 출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상에 다양한 펀드만 진열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온라인 펀드 몰과 어떤 차별적 특징이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판매 창구쯤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는 펀드슈퍼마켓에서 펀드를 가입하게 될 투자자들이다. 이제껏 펀드선택은 혹 잘못되더라도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스스로 선택한 펀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책임 하에서 선택되고 투자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낮은 비용과 편리한 가입이라는 달콤함 뒤에 어수룩한 선택에 대한 온전한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금융당국은 판만 벌여놓는다고 끝이 아니다. 제도가 미비해서 투자를 그르쳤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보완책들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

컴퓨터가 만능이라고는 하지만 전문적 사고와 복잡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적합한 펀드 선택을 컴퓨터에게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서툰 투자자들을 위한 개인 맞춤식 투자자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펀드판매회사들이 경쟁하듯 충분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개인 맞춤식이 아니면 한계가 있고 무턱대고 따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속도로가 미비하면 국도를 이용해서라도 목적지에 가야한다. 없는 고속도로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펀드슈퍼마켓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지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만들어진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제도에 의해 금융투자회사에 등록된 투자권유대행인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관련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력 있는 사람이 많고, 펀드투자상담사라는 금융협회주관의 시험을 통과해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사람들이다.

제도 도입이후 공교롭게 펀드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실명확인의 어려움과 같은 업무영역 등의 한계로 그 역할이 유명무실해져 있지만 재교육을 통해 이들의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건전한 펀드시장 발전에 기여가 가능한 인적 자원이다. 어렵게 마련된 온라인 펀드시장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