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내놓은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의 열쇠는 사모투자전문회사 즉 PEF입니다.
규제를 최소화해 PEF가 구조조정 수요를 흡수하는 모험자본의 역할을 되찾도록 적극 돕겠다는 겁니다.
이어서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초 국내 인수합병시장 최대 화두는 단연 수 조원의 수익을 남긴 KKR·어피니티의 오비맥주 매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최대 규모였는데,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기는 사모펀드의 전형을 보여줬습니다.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 PEF 역시 도입 10년 만에 펀드수 230개, 약정액 42조3천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과 비교한 PEF 규모는 불과 0.47%로 여전히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작습니다.
LIG손해보험, 대우조선해양, 현대증권 등 줄줄이 쏟아지는 대형 매물들을 소화할 여력이 그만큼 작다는 겁니다.
정부도 그간 '먹튀'라는 오명을 받아온 사모펀드가 기업구조조정과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릴 동력이라고 보고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이 5조원을 넘는 PEF는 대기업집단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아 의결권이 제한되고, 5년내 인수한 기업을 처분해야하는 데 이러한 '독소조항'이 올해 안에 없어집니다.
정부는 또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상장을 허용해 투자자금을 원활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낡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들도 바뀝니다.
지금까지는 합병을 하더라도 1주당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얹어주기 어려운데다, 양도차익까지 부과되다보니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쉽지 않았던 현실도 개선됩니다.
이와 함께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을 돕기위해 만들어진 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은 최소요건도 30억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지정감사인 의무도 면제받아 공모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됩니다.
PEF 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PEF 본연의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과 기업 구조조정,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통한 기업의 경영에 의미 있는 역할이 가능해졌다"며 반겼습니다.
정부의 인수합병시장 활성화로 인해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PEF가 '블랙스톤' 등 세계적 사모펀드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할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