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수다를 떨어야 ‘쇼호스트’가 될 수 있다?

입력 2014-03-05 10:16
최근 ‘매진의 여왕’ 쇼호스트 정윤정이 GS샵과 작별을 선언해 연예인의 근황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한 때 1분당 매출 1억 원을 달성하며 주가를 올린 그는 스타 쇼호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정윤정을 비롯해 CJ 오쇼핑의 동지현, 임세영 등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쇼호스트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쇼호스트는 아나운서처럼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높다.

하지만 높은 연봉에 좋은 이미지까지 가진 쇼호스트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일반인이 아무런 준비 없이 카메라 앞에서 친근한 말투로, 상품의 특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난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서 기자는 일반인이 쇼호스트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처참한 경험을 했다.(3월 3일자 한국경제TV 기사 [현장출동] 쇼호스트를 위한 첫 관문 ‘카메라 테스트’, 직접 받아보니...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view.asp?bcode=T30001000&artid=A201403030213 참고) 하지만 기자와 같은 일반인도 훈련을 통해 쇼호스트르 거듭날 수 있다는 말에 직접 쇼호스트 아카데미 ’홈쇼핑스쿨‘에서 이뤄지고 있는 예비 쇼호스트의 수업을 참관했다.



▲ 친한 언니를 만나 수다 떠는 수업



수업에 참석하기 전에 쇼호스트는 말을 해야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활동적인 수업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상인 만큼 쇼호스트 수업은 매우 액티브했다. 언니 같이 느껴지는 GS샵 최정원 쇼호스트가 등장해 수다를 떠는 것처럼 수업이 진행됐다.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하게 수강생이 가득차지 않고 소수의 예비 쇼호스트들만 있어서 더욱 편안한 분위기였다.

현재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원 쇼호스트는 수업시간 틈틈이 쇼호스트로서 겪었던 상황과 쇼호스트 공채 시험 노하우를 전했다. 쇼호스트는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코멘트를 생각해야 되는 만큼 평소에 기사나 책, TV 등을 통해 접한 문구를 노트에 정리하라는 조언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발성훈련의 기본은 지키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일명 ‘호랑이 선생님’처럼 무섭게 말했다면 아마 대부분의 예비 쇼호스트들이 책에나 있는 소리라며 흘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언니같은 친근함과 진심이 담긴 조언은 기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 매일 공채 같은 시험을 본다면...



편안하고 화목한 분위기도 잠시, 쇼호스트로서 자질을 배우는 시간인 만큼 숨 막히는 순간이 왔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던 최정원 쇼호스트는 한 템포 쉬더니 A4용지 뭉텅이를 꺼냈다. 이는 상품PT(프레젠테이션)를 위한 상품정보가 담긴 종이로 실제 쇼호스트 공채에서도 이와 같이 즉흥적인 PT가 진행된다고 한다.

제시된 상품은 물걸레로, 제공된 정보를 통해 상품의 특징을 잡은 후 1분 동안 PT를 진행해야 한다. 10분 남짓이 지났을까. 적극적으로 수업을 듣던 예비 쇼호스트들이 한 명씩 나와 즉흥적으로 물걸레의 특징을 말한다. 하지만 20대 중후반의 예비 쇼호스트가 물걸레를 재미있고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지 30초 정도 지나자 다들 버벅 거리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20대인 기자는 물걸레의 어떤 점이 좋은지 알 수 없었고, 물걸레의 정확한 상품명도 기억나지 않았다. 자신감에 차 있던 예비 쇼호스트들의 얼굴이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 그냥 수다만 떨면 실력이 는다?



실망을 한 예비 쇼호스트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이에 최정원 쇼호스트가 모두의 문제점과 극복방법을 설명해준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깨가 바싹 올라간다. 우선 물걸레를 쓴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은 물걸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 것입니다’ 등의 추측성 어미를 썼다. 때문에 전달 내용의 신뢰도가 낮아졌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주변 모든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홈쇼핑은 상품 군이 다양해 어떤 상품을 PT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야 단순히 ‘매진임박’, ‘좋아요’ 등의 무미건조한 미사여구를 내뱉지 않고 상품의 장단점을 말하며 공감을 불러일으켜 소비자와 통하는 쇼호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최정원 쇼호스트의 설명이다. 물걸레에 대한 것은 물론, 웬만한 상품에는 모두 친숙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말로만 들으면 쉬운 얘기지만 최정원 쇼호스트의 설명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조금 독특했는데, 함께 수업을 듣는 예비 쇼호스트끼리 수다를 떠는 것이다. 그들은 있던 자리에서 책상만 마주보게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의심을 품고 지켜보니 비전문가인 기자도 그들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수다를 떤다고 생각해서인지 말투도 한결 더 친근해졌다. 또한 좀 전과 달리 상품정보가 담긴 종이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PT에서 말하지 않았던 부분을 생각해내고 장점으로 이끌어냈다. 1분을 쩔쩔매던 그들은 가만히 놔두면 30분도 더 떠들 기세였다. TV 속 광고에서만 보던 놀면서 배우는 것이 가능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사진=홈쇼핑스쿨)

한국경제TV 블루뉴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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