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쇼호스트를 위한 첫 관문 ‘카메라 테스트’, 직접 받아보니...

입력 2014-03-03 11:52


남자와 여자는 몸과 생김새는 물론 뇌구조까지 차이난다. 남녀는 뇌구조와 활용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미적 가치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이를 생각하면 남녀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실제로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남녀가 공감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선호하는 여자의 직업군이다. 남자를 비롯해 여자들도 여성스럽고 단아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나 승무원, 선생님 등이 되기를 선망한다.

최근에 이러한 직업군에 발을 들인 직업이 쇼호스트다. 이는 쇼호스트가 아나운서처럼 정제된 목소리와 빈틈없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옆집에 살 것 같은 친근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직업군에 비해 나이의 제한이 적어서 다양한 연령층이 쇼호스트를 꿈꾼다. 게다가 스타 쇼호스트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이야기 또한 지망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직업의 역사가 길지 않아 쇼호스트에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쇼호스트 준비생들은 쇼호스트 아카데미를 찾는다. 그러나 무작정 아카데미를 등록한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의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해야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도 합격을 해야 시작할 수 있다니 말만 들어도 기운이 빠진다. 눈앞이 캄캄할 쇼호스트 꿈나무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쇼호스트 아카데미인 ‘홈쇼핑스쿨’의 카메라테스트를 체험해봤다.

▲ ‘카메라 울렁증’, 남 일이 아니네

카메라테스트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카메라테스트를 보고 있는 테스터가 있었다. 차라리 첫 번째였으면 덜 긴장했을까. 막상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테스터를 보니 더욱 떨렸다. 사실 대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프로페셔널한 테스터의 모습을 보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카메라테스트를 보기 전 테스트에 쓰일 대본을 미리 받았다. 기자가 받은 대본은 상조 서비스 홈쇼핑이었다. 대본에는 쇼호스트의 코멘트와 중간에 삽입되는 영상의 코멘트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쇼호스트의 코멘트는 남자와 여자 쇼호스트가 번갈아 말하는 방식이었고, 그 중에서 여자 쇼호스트 부분만 소화하면 됐다. 그간 봐왔던 홈쇼핑 방송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생각보다 쉽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대본, 분명 외웠는데... ‘백지장’

대본을 몇 회 읽어본 후에 마이크를 차고, 카메라 앞에 섰다. 쇼호스트에 빙의되어 카메라를 보고 살짝 미소도 지으며 말하려고 했지만 카메라를 보니 머릿속이 백지장이 됐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짝 외운 대본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책을 읽듯이 대본을 읽어 나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어색함이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과 카메라에 비친 모습을 보는 것, 마이크를 차는 것 까지 모든 것이 어색했다. 모니터를 통해 카메라에 비친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곤혹스러웠다. 모니터에는 일명 ‘셀카’(셀프 카메라)에서 볼 수 없는 못생긴 기자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앞에 카메라만 있으니 어느 곳을 쳐다보고 말해야 될지 몰라 시선이 불안정했고, 불안함에 눈을 정신없이 깜빡였다. 이런 당혹감 때문인지 말을 할수록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결국엔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굴욕을 느끼며 겨우겨우 카메라테스트를 마치고 나니 더욱 곤욕스러운 평가의 시간이 왔다. 기자를 평가해줄 홈쇼핑스쿨 지덕용 원장과 송영철 대표의 말문이 터지길 기다리는 순간만큼은 쇼호스트 지망생이 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 평가의 시간, 문제는 ‘이것’

NS홈쇼핑 팀장을 맡았던 지덕용 원장은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역시 전문가답게 기자가 느꼈던 문제점을 첫술에 지적한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과 화면에 비친 모습, 목소리가 어색했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꼽았다. 지 원장은 마구잡이로 지적만 하지 않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아카데미를 통해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이기 때문에 조금만 훈련을 받으면 금세 극복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어 평가 받은 것이 일명 ‘쪼’라고 불리는 어조이다. “옛날 옛날에(↗)”라며 어미를 올려 읽는 습관을 말한다. 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유치원에서 배운 읽기 훈련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훈련을 통해 극복해야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대본을 읽으면 ‘쪼’가 나타나는 것이다. ‘어린이 읽기’라고 불리는 이런 습관은 신뢰도가 생명인 쇼호스트의 신뢰도를 낮추기 때문에 꼭 고쳐야하는 습관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받은 것은 ‘ㅙ’나 ‘ㅢ’처럼 연속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모음이 한 음절을 이룬 이중모음의 발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술이 움직여야하는 이중모음인 ‘ㅙ’를 입술을 움직이지 않는 단모음 ‘ㅐ’처럼 발음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것이 쇼호스트의 전달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정확히 발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기자를 일깨워줬다.(사진=홈쇼핑스쿨)

한국경제TV 블루뉴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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