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되사 차익을 챙기는 것을 공매도라고 하는데요.
두달사이 시장에서 주식 대차거래 규모가 9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공매도 세력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정경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25일 현재 주식 대차거래잔액 규모는 42조7천억원. 지난해 말 33조7천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달사이 9조원이 급증했습니다.
대차거래는 말 그대로,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오는 것인데, 주식대차 상당수가 공매도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일단 주가 하락에 배팅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측면상 주가 왜곡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미 특정 업종과 종목을 타깃으로 이들 공매도 세력의 대거 개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업종으로는 건설업과 금융업 등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현재 대차거래잔액 규모는 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8천억원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의 경우 시가총액대비 30%가 공매도 물량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대차거래잔액 규모는 9천500억원 규모로 불과 두달전 4천500억원에 비해 100% 이상 급증했으며, GS건설 역시 6천200억원 규모로 3배 넘게 대차거래가 늘었습니다.
실적 우려에 더해 공매도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투자자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업종 역시도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대차거래잔액 규모는 3조원으로, 불과 두달전에 비해 3천억원 가량 증가했는데,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업종의 경우 대차거래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증권업종 전체 시가총액 대비 3.77%로 여전히 여타 업종 대비 높은 수준입니다.
증권주는 삼성(2,465억원), 대우(1,308억원), 현대(712억원), 미래에셋증권(257억원) 순으로 높은 대차거래잔고 규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증권은 과거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던 주가연계증권이 최근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하루만에 7% 하락하기도 했는데, 손실구간 진입에 따른 물량 출회 외에도 일부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말 1천억원 규모였던 대차거래잔고가 최근 1천300억원을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건설, 금융업종 외에도 공매도 세력 타깃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삼성전자의 현재 대차거래잔고 규모는 4조7천억원, 포스코는 2조5천억원, OCI는 1조원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 LG이노텍, NHN엔터테인먼트 등도 시가총액 대비 대차거래잔고 규모가 10~20%에 달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미국발 테이퍼링 우려에 더해 기업실적 부진 전망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롱숏펀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 우려감은 당분간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경준입니다.
<앵커>
올해들어 공매도 세력이 생각보다 우리시장에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우리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보도국에 신동호 기자 나왔습니다.
<기자>
금융주의 공매도 허용과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주식 대차잔액이 급증했습니다.
공매도란 소위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즉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입이 없는 공매도(네이키드 숏세일)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위해서는 반드시 주식의 차입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차거래는 공매도를 위해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오는 것인데요. 이 잔액이 많아진다는 게 결국 공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된 이후 증권주 대차거래가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공매도 허용 첫날인 지난해 11월 14일에는 대차거래 잔고가 하루 만에 1117만 주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주 뿐만 아니라 공매도에 롱숏펀드와 헤지펀드들이 가세하면서 전체적으로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공매도 투자비중의 경우 외국 법인이 80%로 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의 대부분을 외국 법인이 점령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올해들어 공매도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 공매도 세력으로 피해를 본 사례들이 많이 있나요?
<기자>
지난해 국내 한 바이오 기업이 공매도 논란으로 이슈화됐었는데요.
공매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일부 세력이 악성루머로 해당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린 뒤 부당한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기업이 여기에 해당됐었는데요.
지난 2011년 이래 줄곧 분식회계설과 임상환자 사망설, 대표이사 도주설 등 갖가지 악성루머에 시달리면서 공매도 물량집중과 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왔습니다.
미확인 실적 정보를 사전 유출해 공매도로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일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의 경우 실적발표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부진한 실적 정보를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토대로 증권사 기관 투자자에게 정보를 넘겨 결국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매도했습니다.
당시 공매도 거래 내역을 보면 하루 1억원 안팎이던 공매도 금액이 정보가 유출된 날 124억원까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기관들이 실적 악화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로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겁니다.
결국 공매도 물량이 주가하락을 부추긴 만큼 개인투자자들만 수십억원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공매도의 공격을 받은 종목들을 보면 대부분 대기업 계열이 아니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끈 종목들이란 점입니다.
뒷배경이 약한 벤처기반의 기업들에도 공매도가 몰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특히 바이오나 아직 사용화 전의 기술이 경쟁력인 벤처기반의 기업들은 수급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 코스닥 상장사에 한해서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공매도가 늘어나는 것은 주식시장에 악재로 해석된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공매도가 악용돼 개인투자자들도 손해를 본다면 공매도라는 것은 부정적으로 봐야하지 않나요?
<기자>
시장이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기에 단기적으로 봤을땐 악재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과 대형 호재에 대한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을 하던 주가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추락하기 일쑤라 부정적인 측면으로 볼수가 있는데요.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는 공매도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가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특히 약세장 전망이 계속될 때 공매도가 몰린다면 시장은 한 순간에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때 악재일뿐 장기적으로 봤을땐 새로운 거래를 창출해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공매도는 우선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시킵니다.
공매도가 불가능할 경우 자산 매수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매도를 통해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 생산에 비대칭이 발생합니다.
공매도 투자자는 부정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함으로써 가격 발견의 효율성에 기여하는 한편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폭락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공매도 투자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을 자산을 빌려와 매도함으로써 자산 공급을 확대하고 이후 자산을 되갚기 위해 매수함으로써 자산 수요를 확대합니다.
결국 새로운 거래를 창출해 시장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7개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공매도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규제 강화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많은 분석이 이뤄졌는데요.
결론적으로 공매도 제한은 실패한 조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공매도 제한으로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긴 했지만 그 이후 하락폭이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제한한 주식에서는 부정적 정보가 효과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거래량은 줄고 거래비용이 늘어나는 한편 변동성은 동시에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공매도 규제는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볼때 개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공매도의 허와실에 대해 조연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비중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6%를 상회하며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렀습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공매도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거래대금 정체 속 이 같은 공매도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2~3년 안에 공매도 비중이 전체의 10%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매도는 가장 큰 순기능으로 꼽히는 것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헤지 거래 수단을 제고하는 등 시장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또 과도한 수급으로 주가가 천정부지 오르는 경우 이상 열기를 막아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맞추는 역할도 한다는 설명입니다.
운용자와 투자자에게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절대수익 추구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공매도가 꼽힙니다.
특히 최근 롱숏펀드, 헤지펀드들이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공매도 전략에 더욱 가세하는 추세입니다.
<인터뷰>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 전무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롱 전략만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없다. 공매도(숏)까지 더해진다면 돈을 2배로 벌 수 있고 증시 활성화, 즉 거래량이 풍부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약세장을 예상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상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증가는 악재로 해석됩니다.
결제불이행 위험이나 투기적 공매도로 인한 피해도 만만찮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여기다 시세조종 등과 연계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대두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양날의 검'과 같은 공매도, 시장을 해치고 악용하는 세력은 주의하되 순기능은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거듭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앵커>
결국 공매도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유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황에 따라 공매도 규제가 필요할 수 있을지만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신중한 접근이 요구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