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경상흑자 확대, 내수부진서 비롯"

입력 2014-02-20 12:06
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대규모 경상흑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일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 7,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실증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근 경상수지 증감을 분해해본 결과 최근 경상수지 흑자규모 확대는 내수부진과 유가하락, 고품질경쟁력 회복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국내 내수성장률은 2010년 4.5%를 기록한 이후 3년간 1%대 저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11년 이후 가계부채 부담과 주택시장 침체, 대외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와 투자부진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2012년 이후 선진국 경기부진과 중국 성장모형 전환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고 2013년에는 두바이유가가 하락세로 반점됨에 따라 유가가 경상수지 확대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최근 자동차와 IT제품 등 고품질경쟁력 수출품이 선전한 것도 경상수지 개선에 일조했다. 고품질경쟁력 수출품비중은 지난 2010년 69.8%에서 2012년 66.4%로 낮아졌지만 2013년에는 3분기까지 68.2%로 다시 높아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갖고 있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중요한 문제지만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마찰과 환율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기준 산유국을 제외하고 한국보다 GDP대비 경상흑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와 스위스, 대만,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독일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소는 또 경상흑자 원인이 경쟁력 강화로 인한 수출확대가 아닌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감소일 경우 경상흑자 확대는 대내 구조적 문제점의 심각성을 대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량변수인 해외 및 국내수요, 그리고 고품질경쟁력 수출품 비중의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환율과 국제유가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며 물량변수의 영향력 확대는 수출과 수입의 국내외 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품질경쟁력의 영향력이 상승하고 환율의 영향력이 하락하는 것 역시 산업간 수출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내수진작을 통해 경상흑자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투자활성화 지원으로 내수성장률을 진작하고 총투자율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저축률과 투자율을 이용한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통해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평균 총저축률 31%수준에서 경상수지 흑자의 적정규모는 GDP대비 2.0~3.1%로 추정됐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흑자유지를 위해서 고위·중고위 기술로 분류되는 수출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경에 힘쓰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