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사기' 동일 대출현황 파악못해

입력 2014-02-14 16:09
수정 2014-02-14 16:15
은행들이 이번 대출사기사건에 활용된 대출방식과 동일한 유형의 대출규모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가 자행한 초대형 대출사기 사건에는 매출채권 유동화담보대출(ABL) 방식이 활용됐다.

이는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거래에 활용되는 '전자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는 다른 형태다. 외상매출채권이란 물품을 구매한 대기업이 대금을 매출채권으로 대신 지급하고 판매한 하청업체가 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은 추후에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한다.

이같은 전 과정이 전자방식으로 이뤄지는 전자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달리 '매출채권 유동화담보대출(ABL)'은 전자방식이 아니다. 또 협력업체가 아니라 협력업체들이 모여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출이 시행돼 기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로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KT ENS 직원 대출사기가 발생하자 은행 내부에서조차 전자방식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ABL 방식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사기에 연루된 ABL 방식의 대출은 '구조화 금융'에 포함돼 그 세부형태에 따라 기업 운전자금이나 일반기업대출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졌다"며 "전자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형태가 아닌 SPC를 통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총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대출 데이터를 열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실은 SPC를 활용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 중앙에서 관리되지 않고 각 지점별로 따로 관리돼 왔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유사방식의 SPC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실태를 점검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