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기획 ②] '묻지마' 규제, 기형 리츠 만들다

입력 2014-02-12 22:49
<앵커>

리츠(REITs)란 자본력이 취약한 개인들도 간접투자로 대형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입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상장이 전제되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장이 없는 기형적인 리츠 시장이 탄생했습니다.

조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연말 헤지펀드 거물들과 주요 글로벌 앞다퉈 리츠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리츠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소유한 리츠사는 미 증시 상장을 통해 1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브릿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리츠의 본고장, 미국과 호주는 상장 리츠 시가총액 규모가 각각 734조원, 106조원이나 됩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아시아 리츠 시장도 십여년이란 짧은 시간내 급성장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일본이 77조원, 싱가포르 50조원, 홍콩 26조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장 리츠 갯수는 불과 8개, 시총은 2천여억원에 갇혀있습니다.

세계에서도 상장이 기반되지 않은 한국의 리츠시장을 리츠범주에 넣어주지 않습니다.

세계 투자 전문가 협회(CFA Institute)가 분석한 아태지역 리츠 시장에는 호주와 일본, 싱가폴은 물론, 아직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은 중국도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은 논외 대상입니다.

<인터뷰>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한국 대표

"해외 리츠 시장은 공모형으로 개인, 소액투자자들의 참여 가능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폐쇄형, 비상장형이다보니 유동성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국내 리츠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출발점은 지난 2010년 거액의 횡령과 각종 비리로 코스피 역사상 최단 시일 내 상폐됐던 다산리츠 사건부텁니다.

이 사건으로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와 질적심사를 리츠 상장절차에 도입했고, 다년의 운용실적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기며 사실상 리츠의 상장은 막혔습니다.

<인터뷰> 리츠 업계 상장관련 관계자

"기본적으로 금융위와 거래소에서 당분간 리츠를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기조다. 언제 한번 거래소 고위 관계자가 사실 우리 스탠스가 이렇다고 툭 터놓고 얘기하더라."

반면, 싱가포르는 아태지역 중 가장 리츠의 상장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IPO 시장 침체기를 리츠와 사업신탁의 성공으로 이겨냈고, 일본 역시 블라인드 투자를 허용하는 등 규제보다는 리츠 공모시장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측은 투자자 보호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으며, 현재 리츠와 관련해 상장 규정 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했습니다.

최근 3년간 국내 리츠들의 평균 수익률은 연 7~8%나 됩니다.

이렇다 보니 괜찮은 물건이 들어있는 리츠가 설립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몰려듭니다.

주식시장에서 갖은 사유로 기업들이 상폐되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상장 자체가 막힌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리츠는 초기 사고 이후 '사모'라는 한 쪽 날개만 휘저으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