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두려웠던 업체들‥SI업체 불공정 하도급 적발

입력 2014-02-11 18:43
수정 2014-02-12 08:35


"그들이 우리의 생사박탈권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한 IT서비스 중소기업 사장 K씨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SI)업체에 대해 한 말이다.

K씨는 "납품단가가 93%에서 갑자기 18%로 감액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그럼에도 뒷일이 두려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국내 IT서비스 기업(SI)들의 부당한 단가인하, 대금지연지급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해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11일 SK C&C, 현대오토에버 등 5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KTDS, 한화 S&C등 2개 업체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로 수급사업자에게 구두로 작업지시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관행처럼 지속해왔다.

또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면서 법정지급기일(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보다 지연해 지급했고 그에 따른 지연이자는 아예 지급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를 입었다는 J업체 대표는 "S업체는 계약을 할 때 '끼워넣기'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현금대신 어음을 지급한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경쟁업체를 끼워넣기 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끼워넣기는 대기업의 IT 서비스 수주계약을 할 때 하도급 계약을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맺지 않고 다른 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형식으로 계약을 맺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 업체는 "어음지급은 절대 없다"고 설명했지만 끼워넣기 등의 수법으로 사실상 어음을 지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대기업의 IT서비스 관련 계약을 맺어야 할 경우 대기업 계열사의 SI업체를 거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계약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셈이다.

피해를 입은 하도급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라도 대기업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내 SI업체 빅2인 LG CNS와 삼성 SDS는 제외됐다.

이들 두 업체는 지난 2011년 동반성장협력평가에서 우수업체에 선정되었는데 공정위 규정상 우수업체는 직권조사에서 1년간 면제된다.

이번 공정위 발표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를 조사한 것으로 이미 불공정 하도급 거래 내용이 개선된 SI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 없는 업체들도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시정 명령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SK C&C 관계자는 "너무 과거의 일이고 이미 조치가 끝난 일이다"며 "시정을 다 했기 때문에 특별히 더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