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45편. 백정은 버드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백정은 버드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백정은 생업으로 버드나무 고리짝을 같이 만들었다. 그래서 ‘고리 백정’이란 말도 있다. 대장장이가 재료에 민감하듯이, 고리백정도 고리짝 재료에 관심과 안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으면 더 잘 보인다. ‘꽃’의 시인으로 알려진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 ‘꽃’의 앞부분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대목이 있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것도 시인의 눈에 띄어 절정의 언어로 이름이 불리어 지면 꽃이 되듯이, 주식시장에서도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내팽겨진 주식들이 눈 밝은 이가 먼저 알아보고 이름을 붙이면 ‘가치주’가 된다.
필요한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돈 되는 것이 그냥 굴러다닐 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빈틈없이 철저한 투자정보 분석가들이 내버려 둘리 없다는 것이다. 가치주는 내재된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 가치주로서의 의미가 상실된다는 견해도 있다. 가치발굴과 동시에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가치주의 사전적 의미는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 가치주를 펀드의 편입자산으로 담는 것이 가치주펀드다. 작년 한해 어려운 펀드시장 환경아래서 롱숏펀드와 함께 가치주펀드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횡보하는 시장흐름이 롱숏펀드나 가치주펀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105개 가치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4.25%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기록한 평균 수익률 1.23%에 비해 3%가량 앞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저금리-저성장이 대세로 굳어진 경제 환경에서 거둔 '예금금리+α'의 성과여서 더욱 값진 결과다.
가치투자가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가치를 구별해 내는 안목을 기르는 일과 재평가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끈기가 관건이다. 기다리려면 소신이 있어야 하고 소신이 있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수전노(守錢奴)의 귀는 넓은 길에서도 동전 굴러가는 소리를 구분해낸다.
가치를 기준으로 펀드에 투자할 때 그 대상이 꼭 가치주 펀드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일반펀드라도 가려진 원인이나 돌발 상황으로 인해 가치에 비해 시장평가가 인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펀드 유형과 상관없이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가격(기준가)은 결국 가치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신뢰하고 믿고 펀드에 투자할 때 본질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투자전략을 펴는 것처럼 마음편한 투자도 드물다. 가치투자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가치투자자들의 분투(奮鬪)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