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초부터 제약업계에 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업계 2위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을 대폭 늘리면서 인수 수순을 밟고 있는데요.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제제 등 악재가 겹친 제약업계 M&A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됩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의 잇따른 제재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제약업계가 M&A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독이 태평양제약의 제약부문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도 연초부터 M&A 이슈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제약업계 2위로 백신 등에 주력해 온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임시 주주총회를 몇일 앞두고 급작스레 지분을 늘려 2대주주로 올라섰고,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경영 참여 의지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주총을 앞두고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지분 확대에 경계심을 표했고, 윤원영 회장은 "녹십자를 믿는다"며 지주사 전환에 찬성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무산됐습니다.
녹십자는 경영에 참여할 목적은 있지만 양사간 시너지를 위한 것일 뿐, 적대적 M&A를 추진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M&A 수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매출이 1조원 규모로 뛰어올라 제약업계 1위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제약사들이 슬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시기라고 평가합니다.
연간 13~15조 규모인 국내 의약품 시장에 제약사는 무려 600개에 달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리베이트 제재가 강화되고 약가 인하 정책까지 나오면서 손발이 묶인 만큼 M&A로 덩치를 키워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에 일동제약 주가는 녹십자 지분 인수후 지난주까지 46% 상승했습니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지분 인수가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약산업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채주연입니다.
<앵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채주연 기자.
녹십자가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수순을 밟고 있다고 평가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 등에서 과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제약인 제네릭이나 약국 판매가 가능한 일반약 경쟁력은 취약한데요.
일동제약은 '아로나민'과 같은 잘 알려진 일반약과 다수의 제네릭을 보유하고 있어서 녹십자로선 일동제약 인수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레 진행됐다는 점에서 적대적 M&A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임시 주총을 불과 몇 일 앞둔 시점에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370억원 차입까지 받았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일동제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만약 M&A가 추진된다면 녹십자가 백신 사업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온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M&A이슈가 불거진 후 지난주까지 일동제약 주가가 40% 넘게 뛰었는데요.
다만 이번주 들어서는 조정을 받는 모습입니다.
증권업계에선 경영권 분쟁에 따라 일동제약의 주요 경영사항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주가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앵커> 주가가 급등락 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겠군요.
제약업계는 대부분 수 십년의 기업 연혁을 갖고 있어서 M&A에도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사례가 많이 있었나요?
<기자>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지난해 말 한독이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문을 575억원에 인수했는데요.
이를 통해서 한독은 매출 4천억원대, 업계 10위권으로 도약했습니다.
이 전에도 대웅제약이 중국의 제약사를 인수해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혔고, 동아쏘시오도 해외 제약사와 M&A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약 13개의 제약사가 해외 M&A를 필요로 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처럼 제약사들이 M&A를 검토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겠죠?
<기자> 물론 없어져야 할 관행이지만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데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매출 타격도 불가피합니다.
여기에다 국내 제약업계는 대부분 복제약 중심의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기업이 들어서 있는 만큼 성장세도 고만고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시기라는 지적도 이같은 시장 상황 때문인데요.
일본의 경우에도 1990년대엔 1천500개에 달했던 제약사가 불과 10년 사이 400개 미만으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일본 내 약가 인하와 내수시장 부진 등으로 판도가 재편된 건데요.
국내 제약사들 역시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