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가 1년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열 한국은행 금융검사분석실 분석기획팀장과 김민지 조사역은 27일 BOK이슈노트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란 통화옵션 상품 중에서 '환율이 특정 범위내에서 벗어날 시'와 같은 조건이 붙어 사전에 계약한 금액을 주는 상품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은 지난해 6월말 현재 8조7천억원으로 6개월전인 2012년말 2조8천억원보다 2배넘게 불어났다.
전체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 역시 39조8천억원으로 6개월전 26조1천억원에 비해 13조7천억원 늘었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에서 모두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이 늘었고 그중에서도 외은지점의 거래잔액이 더 크게 늘었다. 외은지점의 고위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은 전체 고위험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의 86%에 달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6개월간 3조8천억원, 중소기업이 2조4천억원, 기타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2조3천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향후 환율변동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나타내는 '통화옵션의 내재변동성'이 하향안정세를 보인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또 수요자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헤지비용을 아끼고, 공급자인 은행 입장에서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정형 통화상품거래의 경우 정형 상품에 비해 헤지거래비용이 적어 기업 입장에서 비용절감에 유리하고, 위험도는 정형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은행 역시 그에 상응하는 마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대외적으로 리먼사태, 대내적으로 키코사태에 직면했을 당시, 환율의 내재변동성은 급상승했고 이와 반대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의 거래량은 급감했다. 이후 환율의 변동성이 줄면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도 완만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 시장과 은행, 기업 모두에게 잠재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정형 파생상품에 비해 평가가격의 변동성이 커 파생상품 관련 리스크를 크게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중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비정형과 정형 통화파생상품을 대상으로 달러당 원화 익스포저 변동폭을 산출해본 결과 비정형 파생상품이 정형에 비해 2배 이상 익스포져 변동폭이 컸다.
뿐만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파생상품 관련 손실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말까지는 위험도가 낮은 상품이 주로 거래됐지만 2013년 상반기중 레버리지와 낙아웃 조건 등이 포함된 위험도가 큰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원들은 레버리지가 포함된 고위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은 환율이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데 지난해 6월말 기준 달러 매도포지션을 취한 기업이 환율이 특정수준을 상회하면 파생상품 계약규모가 2배로 커지는 Participationg forward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후 4개월간 매주 10원씩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누적 거래손실 규모는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추산됐다. 연구원들은 4개월에 걸쳐 일어난 환변동이 만약 1주일과 같이 단기간에 걸쳐 발생한다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원들은 제2의 키코사태 발생가능성은 낮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과거와 달리 통화파생상품의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은 상태인데다 거래참가자 중 상당수가 경영여건이 좋은 대기업이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