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연금이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60조원에 달하는 해외 위탁자산 중 일부를 국내 운용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손들고 반겨야 할 운용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김종학 기자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해외투자 자산의 일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투자가 확정될 겨우 수년간 외국계 운용사에게 제공해왔던 해외자산 위탁운용을 국내 운용사에 개방하는 첫 사례가 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운용사들의 진입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좋은 일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전화 인터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주는대로 받는 구조다. 차라리 현재 수수료는 인정하되 어떤 벤치마크라던지 일정 순위에 들면 다음에는 (수수료를)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
실제로 국민연금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보수는 업계 최저수준.
더구나 외국계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국내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에도 큰 차이가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2년 국민연금이 해외주식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외국계 위탁운용사 35곳에 지급한 수수료는 8천900만달러, 우리 돈 1천억원에 달하지만, 국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약 708억원에 불과합니다.
당시 해외위탁자산규모가 31조원, 국내위탁자산이 35조원으로 국내 투자자산규모가 더 많았음에도 운용 댓가로 받은 돈이 외국계 위탁사들보다 적은 것입니다.
국내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이 도리어 이번 기회를 활용해 해외위탁자산 운용보수를 낮출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공모펀드쪽의 인원들이 사모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운용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비용도 커지고 그 비용은 공모용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몇년 전부터 위탁사간 보수인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지난해부터는 운용규모가 커지면 단계별로 기본보수를 낮추는 단계별 보수체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보수인하 추진이 업계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공사업에서 최저가 입찰제도가 시행되고 1원 입찰 등의 부작용으로 결국 부실공사 등이 이어졌던 폐혜가 금융권에서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2~3년내 국민연금 자산은 600조로 불어납니다.
이 자산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민들의 노후를 튼튼하게 하려면 시장에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가격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보상체계를 성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