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윤상직 간담회, 30대 그룹 '들러리'

입력 2014-01-14 16:42
<앵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3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산업팀 권영훈기자 나와 있는데요. 우선 간담회 내용을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 신인규 리포트 -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기업인들에게 올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투자 부탁."

올해 엔저 현상이 지속과 통상임금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들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기업 다독이기에 나선 겁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올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산업부장관으로서 올해 추진하고자 하는 3대 핵심과제를 30대 그룹 사장단에게 설명했습니다.

우선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투자관련 규제를 전면 재검토 하는 등 규제 개혁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올해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엔저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응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산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뿌리산업에 현장전문인력을 고용하고, 고급융합인력과 여성인력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는 등 인력 문제 해결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부의 기대대로 올해 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사장단은 간담회가 끝난 뒤 올해 투자와 고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앵커>

정부가 규제개혁에 나설 것이라는데요. 대기업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죠?

<기자>

이번 간담회는 대기업들이 각종 건의사항을 쏟아내며 성토의 장이 되버렸습니다.

그만큼 정부 규제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체근로와 파견근로 등 고용유연성 확보방안을 주문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광물수입부과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광업법 개정안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LG그룹은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삼성은 산업혁신운동 3.0지원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끝나는 항공기에 대한 취득세, 재산세 면제 혜택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경영환경 악화로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신흥국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법제도 영향이 큽니다. 투자 감소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입법, 순환출자규제, 부자증세 등을 추진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해외 이탈은 저성장 구도를 심화시킬 수 있어 기업환경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간담회를 두고 재계에서 속빈강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찌된거죠?

<기자>

이번 간담회의 핵심인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실적과 올해 투자계획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대기업과 경제단체에서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집계를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30대 그룹은 155조원 투자와 14만명 고용 계획을 약속했지만 실적달성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전년도의 경우 148조원 투자계획을 세웠다가 실투자액은 138조원으로 10조원 이상 미달했습니다.

때문에 2년 연속 투자집행 실패로 기업들이 정부의 자료요청을 꺼리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투자계획과 집행간 괴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내외 변수로 경영환경이 어려운데다 많은 그룹 오너가 사법분쟁에 휘말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간담회를 두고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의무적으로 부과해 보여주기식 발표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초 외환시장 변화로 올해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번 간담회는 시기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산업부 정책 홍보에 30대 그룹 사장단과 경제단체장들이 동원됐다는 얘기입니다.

윤상직 장관은 간담회 직후 인도와 스위스, UAE 등 3개국 해외출장길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