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례행사처럼 연초에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하며 수신경쟁에 뛰어들었던 은행권이 올해에는 잠잠하기만 합니다. 저금리 여파에다 고객수요에 변화가 생긴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진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월 들어 예금상품을 출시한 은행은 단 2곳에 불과합니다.
대출자금을 확보하고 한해 영업경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뤄지던 특판예금 판매가 실종됐습니다.
권선주 행장이 취임과 함께 리테일 영역 강화를 언급한 기업은행은 2종류의 수신상품을 출시하고 고객몰이에 들어갔습니다. 외환은행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예금과 연금을 결합한 신상품과 직장인 전용상품을 내놓고 세대별 공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등은 아직까지 수신상품 출시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예대율이 100%에 육박했지만 작년에 발행한 은행채 여유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은행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해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을 받아도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할 곳을 찾기 힘든 실정"이라면서 "대출수요는 있지만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금리와 고객패턴이 변한 것도 수신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은행권 정기예금에서만 12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늘어난 점도 정기예금의 매력을 떨어트렸다는 분석입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눈치보기 자금이 늘어났습니다. 수시입출금식예금에만 30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고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ELS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단순한 예금상품으로는 대응이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저금리와 고객패턴이 바뀌면서 연초에 진행되던 수신경쟁이 실종되고 고객들의 관심을 받았던 특판예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